전 세계를 집어삼킨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우리 사회에 혐오 분위기가 퍼졌다는 데 국민 다수가 공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보다 혐오 표현 사용이 증가했다는 데 76.4%가 동의했다. 증가 이유로는 '온라인에서 혐오‧차별을 조장하는 표현과 주장 확산'이 절반을 넘은 54.1%를 차지했다. 본인이 직접 코로나 관련 혐오 표현을 써본 적 있다는 비율도 35.8%에 달했으며, 혐오 표현을 사용한 곳은 사적 모임 54.5%, 메신저 채팅방 28.5%, 직장‧학교 26.5% 순이었다.
특정 연령층이나 성별의 사람들을 비하하는 인격 살인 수준의 혐오 표현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번지면서 세대 간‧성별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온라인을 중심으로 관련 사이트가 등장하며 본격화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 문화는 싫어하고 미워하는 수준을 넘어 적대시하고 배척하는 정도가 인권 침해를 넘어 폭력적이고 범죄행위에 가까울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장애인이나 노인, 다문화가족, 이주민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폄훼나 혐오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들고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차별적인 혐오 표현이 만연하고, 지금도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잘못된 표현의 문제를 넘어서 인간 존엄성마저 위협하는 비이성적인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온라인상 혐오가 증오범죄 등 실제 범죄로도 이어지면서 사회적 해악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혐오는 단순히 개인의 기호나 주관적 감정이 아니라 약자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는 사회적 맥락 속에서 생기는 사회적 현상으로 설명한다. 결국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는 차별이 존재하는 위계구조 안에서 발생하며, 불평등한 관계 속에서 약자에게 반복적으로 수치심과 모욕감을 주는 행태로 발전하면서 고착화된다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 역시 중요하다. 특정 집단을 향한 조롱과 혐오는 결코 건강한 비판과 논쟁으로 이어질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은 어린 학생에게까지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어 사회적 자정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문제는 온라인상에서의 불특정 다수에 대한 비하 발언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특정인에 대한 비하 발언은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로 처벌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혐오 표현들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처벌이 어렵다고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혐오 표현 근절을 위한 법률적·제도적 정비를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학교에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기초적인 교육이 필요하며 각 가정에서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
상대를 향한 멸시와 극한 대립의 감정이 여과 없이 표출되고 반복되면서 혐오의 감정이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다. 이제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성숙한 시민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무시와 경멸, 혐오의 언어가 사라지고 격려의 말과 상호존중하는 표현으로 건강한 논쟁 문화가 자리 잡기를 기대해본다.
"혐오는 또 다른 혐오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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