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사라진 시대에 어른으로 산다는 건 무얼 의미할까? 20세기에 교육받은 교수가 21세기를 사는 학생들을 가르친다면 이는 시대에 뒤쳐진 것이 아닐까?
현대사회는 개인을 과도하게 찬양하는 한편, 한 사회의 기준이 되는 보편적 가치와 그것을 바탕으로 운용되는 질서를 부정함으로써 상대주의적 함정에 빠져있다. 삶을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는 일종의 병리로 매도됨으로써 '클래식'을 '올드'한 것으로 폄훼하고 혼돈과 천박함을 솔직함이나 진보적 태도로 포장해 '냉정'과 '태연'을 구분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오늘날 우리는 타인이라는 지옥을 견디는 관용과 나 또한 타인에게 지옥일 수 있다는 성찰을 경험하는 대신 '주파수가 맞는 이들끼리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쏠림현상에 익숙해져 있다. 끼리끼리 SNS를 통해 지들끼리만 소통하며 타인을 욕하고 비난하기 일쑤다. 단톡방을 만들어 방 밖의 사람들을 마음대로 비판하고 신상털기에 몰두한다.
책은 '우리는 자기중심적이며 마음대로 행동하는 풍조에 맞서는 일이 가능한지? 만약 가능하다면 그 방법을 뭘까?'라는 질문을 효시로 오래된 덕목인 용기, 유머, 열린 마음…권위, 친절, 자부심, 감사함 등 27가지 덕성을 고찰하며, 그 옛날 고결한 기사처럼 권위가 아니라 품위를 가진 어른을 조명한다.
'용기'를 예로 들면 용기가 부족하면 '비겁'이 되고 용기가 넘치면 '무모함'이 된다. 진짜 용기는 이른바 '황금의 중용'이 전제될 때 빛을 발한다. 그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현명함'이 우선되며 이러한 '현명함'을 기르기 위해서는 '덕성'을 함양해야 한다. 현명함은 덕 가운데 으뜸이며 다른 덕을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유머'도 삶 앞에서 겸손한 사람만이 웃을 줄 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당신은 바쁜 출근길,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비 맞고 있는 길고양이에게 슬쩍 우산을 씌워주는 여유를 가진 적이 있는가? 이게 기품인 것이다. 결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는 아니다.
살아온 날이 쌓일수록 무수히 세상과 타협하며 비겁해질 수밖에 없다. 어른이 된다는 건 생의 비겁을 인정할 줄 아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살아가며 지켜낼 수 있는 최선의 품격은 스스로의 비겁함과 모자람에 절망하기보다 정통적 품격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자세에 있다. 책은 이 점을 조근조근 설명하고 있다. 456쪽, 1만8천원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