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성보재활원 '13년간 직원들에 후원금 강요' 의혹

북구 민원 접수 조사 중…"급여 1%·퇴직금 일부 갹출, 신도 직원엔 십일조로 걷어"
"인사 불이익 우려 거부 못해"…재활원 "자발적 동참" 반박

지난 2019년 대구시청 앞에서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기관·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감금 학대사건이 발생한 성보재활원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지난 2019년 대구시청 앞에서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기관·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감금 학대사건이 발생한 성보재활원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대구 장애인거주시설인 성보재활원이 직원들에게 후원금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피해 직원들은 성보재활원이 퇴직금과 월급 등의 일부를 후원금 명목으로 강제로 각출했다고 주장했다.

현행 기부금품법상 누구라도 타인에게 후원금을 강요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성보재활원 직원들은 후원금 기부 강요가 인사고과와 연결된 분위기 속에서 거부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일부 직원들 "후원금과 십일조 강요"

8일 성보재활원 직원들에 따르면 성보재활원 측은 지난 2008년부터 직원들에게 성경 내 구제와 선행을 뜻하는 '다비다' 명목으로 급여의 1%를 후원하도록 했다. 그러다 올해 5월 북구청으로 내부 직원의 민원이 접수됐고, 구청은 시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다비다 후원은 시설 측의 강제성이 있었다는 판단을 내렸고, 시설 측에 '직원들의 후원은 자율적이어야 한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피해 직원들은 구청의 조치를 기점으로 직원 상당수가 후원을 철회한 것을 두고, 13년간 이어져 온 후원이 강요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직원 A씨는 "시설 내에서는 '후원금을 내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지는 않을까'하는 우려의 분위기가 팽배했다. 오래 근무한 일부 직원은 다비다로 후원한 금액만 300만원이 넘는다"면서 "구청에서 다녀가자마자 후원을 철회하는 직원들이 많았다. 이는 강요에 어쩔 수 없이 후원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퇴직금 일부도 강제 갹출당했다고 호소했다. 2011~2015년 사회복지시설 퇴직금제도가 퇴직연금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퇴직금 중간정산이 필요했는데, 이때 성보재활원 측이 퇴직금의 40%를 후원금으로 입금하게 했다는 것이다.

퇴직금 일부를 입금한 직원은 23명이며 금액만 약 2억원에 달한다. 불만을 드러낸 직원 한 명은 보복성 인사로 불이익을 당했다는 내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교회 헌금을 빌미로 신도인 일부 직원에게 십일조를 걷었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성보재활원 내에는 교회가 있는데, 직원들에 따르면 2012~2015년 교회 운영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급여의 10%를 후원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직원 B씨는 "평소 다니는 교회에 십일조를 내고 싶었지만, 인사에 악영향이 있을까봐 시설 내 교회에 낼 수밖에 없었다. 시청 등 감사기관이 점검할 때면 직원들에게 '십일조에 대해 물으면 자발적 후원이었다고 말하라'며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시설 측 "강요 없었다", 행정 당국 "조사 후 조치할 것"

성보재활원은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동참이었다는 입장이다. 성보재활원 관계자는 "다비다 후원은 '같이 했으면 좋겠다'라는 안내를 끝으로 직원의 뜻에 맡겼다. 퇴직금 40%가 후원금으로 갔다는 것은 어려운 시기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한 것"이라며 "후원금을 내지 않는다고 근무환경에 불이익을 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교회 운영에 대한 십일조는 없었다. 모든 후원금은 시설 운영을 위해 쓰였다"며 "강요라고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시설 입장에서는 어떠한 강요도 없었다"고 말했다.

대구시와 북구청 관계자는 "퇴직금 후원의 경우 해당 직원들이 자필로 후원신청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돼 현재로선 강제성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며 "민원으로 접수된 지적 사항들도 추후 조사 결과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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