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실종이 실종되는 사회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올해 5월 교도소에서 출소한 강윤성이 지난달 26일과 29일 여성 두 명을 살해했다. 첫 번째 피해 여성은 살해된 지 사흘이 지나 범인이 자수할 때까지 실종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다. 그가 자수하지 않았다면 두 번째 여성의 희생 역시 오래도록 드러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실종(失踪)은 어떤 사람이 평소의 주소지나 거소를 떠나 생사불명의 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실종되면 짧으면 몇 시간, 때로는 2, 3일 안에 경찰에 실종 신고가 접수된다. 하지만 이번에 피해 여성 사례에서 보듯 실종 신고가 접수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전쟁이나 재난 상황이 아님에도 실종 신고가 없는 것은 대체로 한 개인의 실종으로 누군가 피해를 입을 일도, 안타까울 일도, 궁금할 일도 없는 경우다. 이는 실종자가 사회에서 타인과 상당한 기간 이해관계나 유대 관계가 없었다는 말과 통한다.

두 명의 피해 여성은 직업소개소를 통해 노래방에서 일하는 세칭 '노래방 도우미'였다고 한다. 이전에 이곳저곳을 전전했을 것이고, 온다 간다 말 없이 갑자기 출근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직업소개소에서도 한 사흘 정도 출근하지 않아도 그러려니 했을 수 있다. 노래방에 공급할 다른 여성이 대기하고 있는 한 딱히 그 여성의 출근 여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있어도 좋고, 없어도 그만인 사람. 이처럼 가족 또는 사회와 유대가 느슨하거나 없는 사람은 종종 범죄의 표적이 된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도 찾는 사람이 없으니, 범인은 자신이 잡힐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세상에 태어날 때 가족과 이웃의 축복과 환영을 받는다. 하지만 세상을 떠날 때는 사랑하는 이들이 흘리는 눈물은 고사하고, 간다는 인사조차 건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이 사라지거나 죽어도 찾는 이도, 기다리는 가족도, 지켜보는 이웃도 없는 것이다.

우리가 이웃집 밥숟가락 숫자까지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사람이 사라져도 실종 신고조차 없는 사회, 옆집에서 사람이 홀로 죽는 사회, 죽고 몇 달이 지나서야 주검이 발견되는 상황을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사람의 실종 사실마저 실종되어 버리는 상황을 '현실'이라는 이유로 용인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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