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상헌 기자의 C'est la vie] 이길수 칠곡군 석적읍 교육발전협의회 위원

"고향 칠곡을 명품 도시로 만들고 싶습니다"
석적중·고 개교, 공립 유치원 신설 등 지역 교육인프라 확충에 앞장
영남대 재학 중 6·3 운동에 참여했다가 강제 징집돼 월남전에 파병
아폴로보온병 운영하다 낙향해 투자 유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봉사

이길수 경북 칠곡군 석적읍 교육발전협의회 위원이 지난해 문을 연 공립 석적유치원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상헌 기자
이길수 경북 칠곡군 석적읍 교육발전협의회 위원이 지난해 문을 연 공립 석적유치원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상헌 기자

"대구 수성구나 서울 강남구 못지 않은 명품 교육구를 만들고 싶습니다. 직장 때문에 이곳에 온 젊은이들이 계속 정주(定住)하려면 뛰어난 교육 인프라가 절실하기 때문이지요.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해 석적읍 교육발전협의회가 매년 장학금을 모으는 이유입니다."

경북 칠곡군 석적읍에는 최근 몇 년 사이 경사가 잇따랐다. 지난 2013년 석적고등학교 개교, 2015년 남율유치원 신설, 1936년 개교한 석적초등학교의 2016년 읍내 남율지구 이전, 2020년 석적유치원 개원, 올해 석적중학교 개교 등 교육 인프라가 부쩍 늘었다. 모두 공립 교육기관으로서 주민 숙원사업이었음은 물론이다.

석적읍은 인구 3만여 명의 소도시이다. 하지만 그동안 고교가 없어서 읍내 중학생 대부분은 대구, 구미 등 인근 지역으로 진학해야 했다. 또 초등학교는 3곳이지만 중학교는 1곳(장곡중학교)뿐이어서 과밀학급 해소 등 신설 중학교 설립에 대한 주민 요구가 컸다.

특히 전국 읍 지역 가운데 유일하게 공립유치원이 2곳이란 점은 이곳의 자랑거리다. 공립유치원은 사립 유치원에 비해 경제적 부담이 거의 없어 학부모 사이에 인기가 높다. 상당수가 인근 구미국가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젊은 부모들로선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주민들은 이길수(76) 석적읍 교육발전협의회 위원이 일련의 교육인프라 확충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은다. 그는 10여 년 전 공교육설립추진위원장을 맡아 경북도교육청, 칠곡군 등과 힘을 합쳐 석적고, 석적중 설립을 이뤄냈다.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첫 공립유치원 추진 때에는 주민 설득에 앞장섰다.

"수고초심(首丘初心)으로 고향에 돌아왔는데 그간 쇠락한 모습이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주변 권유로 2006년부터 4년 간 칠곡군의원을 지내는 동안 교육 발전에 관심을 갖게 됐고, 뜻 맞는 분들과 하나 둘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주변 마을의 부러움을 살 정도가 돼 다행입니다."

이곳 토박이인 그는 석적초교를 졸업한 뒤 중학교 때 대구로 유학을 떠나 경상중, 계성고를 거쳐 영남대 기계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학업을 마치진 못했다. 1964년 박정희 정부의 한일 회담 추진에 반대해 일어났던 6·3 운동에 참여했다가 강제 징집돼 월남전에 파병됐고 이후 서울에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성실성은 그를 생각지도 않았던 기업인의 길로 이끌었다. 보온도시락·물병 등을 만드는 ㈜아폴로에 다니던 중 경영을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회사 측 제안을 받아들여 인수했다. 회사는 지금도 경기도 양주시에 생산공장이 있지만 이 씨는 자신의 지분을 모두 정리한 상태다.

"기업을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지역의 투자 유치 등에 도움이 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구미공단에서 대기업들이 떠나고 난 뒤 석적읍에도 영향이 적지 않거든요. 이제는 문을 닫은 모 대기업의 기숙사가 이곳에 있는데 나중에 아파트단지로 개발되면 인근 학교들이 또다시 과밀학급이 될까봐 걱정됩니다. 지역이 발전하려면 일자리가 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허허허."

이 위원과의 인터뷰는 왜관읍 애국동산 내 보훈회관에서 진행됐다. 한국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였던 칠곡 출신답게 안보관(安保觀)으로 대화가 이어지자 그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 위원은 칠곡군 보훈단체협의회 회장, 칠곡군 월남전 참전유공자회 회장을 지냈다. 2019년에는 모범 국가보훈 대상자로 선정돼 국가보훈처장 표창을 받았다. 또 지난해에는 6·25전쟁 70주년을 기념해 칠곡군(군수 백선기)이 마련한 '대한민국을 지킨 영웅을 만나다' 행사에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 등과 함께 호국 영웅 8명 가운데 한 명으로 초청받기도 했다.

"휴전은 말 그대로 전쟁이 끝났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안보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하는 이유이지요. 요즘 매스컴에 해이해진 군 기강을 질타하는 보도가 잦은데 참으로 걱정입니다. 미군만 믿고 있다가 하루 아침에 정부가 무너지고, 대통령이 제일 먼저 도망친 아프가니스탄의 모습을 보세요. 경제 전쟁을 치열하게 벌여야 할 판에 낡은 이데올로기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우리 상황이 너무 개탄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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