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성 대구현대미술제
◆강정에서 태동, 현대미술 발전의 효시
강정(江亭). 대구 달성군 다사읍 낙동강과 금호강의 두물머리를 일컫는 지명이다. 현재 4대강사업으로 강정고령보가 들어섰고, 물문화관인 '디아크'가 자리해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핫플레이스로 유명해졌다.
예전 1970년대에는 전국의 작가들이 이곳 강정 백사장에서 국내 최초 집단으로 '미술운동'을 벌였던 곳이다. 이후 강정은 한국 미술계의 다양한 실험과 도전이 시도됐고, 대구현대미술제의 효시로 이어졌다.
특히 강정에서부터 태동한 대구현대미술제는 1979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후 33년만인 지난 2012년 김문오 달성군수가 이를 다시 부활시킨 이후 한 해도 건너뛰지 않고 10년째 성공적으로 이끌어오고 있다.
이처럼 김 군수가 문화예술계로부터 주목받는 이유는 그의 미술에 대한 안목과 혜안이 여느 단체장보다 남다르다는 점이다.
사실 지역의 문화예술계에서는 이런 향토적 역사성과 미술사적 가치를 지닌 미술제를 대구시가 직접 나서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 최대 규모의 미술제를, 그것도 매년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달성군과는 너무 대비된다는 것이다.
◆연례적 행사, 유망작가 발굴의 요람
과거 대구현대미술제는 1974년을 시작으로 1979년까지 총 5번 개최됐다. 첫번째와 두번째에는 각 70여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1977년 3회에 들어 전국 각지 196명의 작가들이 참가하면서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졌다.
1977년 3회부터 행사의 특징이 도드라졌다. 3회때는 강정 모래사장에서 새로운 형태의 행위예술이 연출돼 관심을 끌었다. 4회 전시에서는 비디오, 필름 등 영상매체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특히 3, 4회 행사에는 경향 각지에서 2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해 일약 전국적 행사로 발돋움했다. 전국의 미술인은 물론 각 언론매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대구를 현대미술의 중심 도시로 만드는데 마중물 역할을 했다.
마지막 전시인 1979년 제5회 대구현대미술제는 한국 50명, 일본 작가 15명이 참여한 이후 대구와 일본 예술가들의 교류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특히 대구현대미술제는 대구 외에도 서울(1975), 광주·부산(1976), 춘천·청주(1977), 전주(1978) 등 전국 각지로 이어져 1970년대 현대미술의 전국 확산과 문화지형 변화에 큰 역할을 했다.
이처럼 대구현대미술제는 '한국미술이 한국인 특유의 체질로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차원의 세계'로 주목받았다. 또 경향 각지의 여러 참신한 작가가 참여해 기량 있는 작가의 발굴에 큰 몫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전과 실험, 33년만에 강정서 새로 시작
대구현대미술제의 도전과 실험이 33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지난 2012년 달성군 강정에서 다시 시작됐다. 제1회 행사는 '2012 강정 대구현대미술제-강변랩소디'라는 타이틀로 진행됐다.
1970년대 대구현대미술제 참여 작가인 이강소, 최병소, 이건용, 이명미, 김구림을 포함해 안규철, 조덕현, 김호득, 김승영, 이명호, 홍순환, 이교준, 임현락, 박종규 등 총 14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야외 설치미술과 야외 영상 프로젝션, 미디어아트, 퍼포먼스, 회화 등 다양한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이어 '강정간다'를 주제로 정한 2013년 2회째 행사는 김안나, 류재하, 백장미, 이기철, 이태희 정기엽 등 26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강정간다'는 달성 출신의 소설가 장정일의 시 제목이다. 장정일의 시 정신을 신예작가들의 신선하고 청량한 바람을 불어넣자는 기획의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또 6회째인 2017년 미술제는 건축과 협업이라는 파격적인 접근방식으로 치러졌다. 현대미술의 다양함이 야외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실현될 수 있는 접점을 모색했다. 동시에 24인의 작업이 하나의 전시로 통일감 있게 전개돼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열린 9회째 대회는 '조화를 통한 치유와 상생'이라는 주제로 코로나19 시대 현대미술을 통해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상생의 메시지를 남겼다. 난해한 현대미술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전시 기간 중 주말에 전시해설 프로그램을 사전예약제로 운영했다. 특히 주민 참여프로그램으로 지역 초등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작품을 함께 전시했다.
◆10년동안 예술을 담다, 달성을 품다
'강정 대구현대미술제'라는 타이틀로 열리던 행사가 2019년 행사때부터는 '달성 대구현대미술제'로 바뀌게 된다. 올해는 지난 9월 3일부터 10월 3일까지 일정으로 강정 일원에서 '예술을 담다. 달성을 품다'라는 주제로 열리게 된다.
고유한 역사를 쌓아온 대구현대미술제의 핵심은 현대미술, 강정이라는 장소성, 그리고 미술가와 시민 간 소통의 교차지점에 있었다. 올해 미술제는 현 시점을 반영한 '예술, 자연, 인간'을 키워드로 삼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펼쳐진 낯설고 새로운 상황에 직면한 미술제는 일상의 소중함에 소통과 공감을 더해 새로운 비전 모색에 중점을 두고 있다.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펼쳐오는 국내 25팀, 국외 2팀(독일, 스웨덴)의 중견 작가와 참신한 시도들로 주목받는 신진작가의 작품들이 골고루 출품됐다. 또 전통적인 것에서부터 개념 미술적 설치작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이 관객들과 만나게 된다.
강정보 디아크 광장은 작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자 새로운 시각으로 친숙한 일상을 바라보며 우리 삶의 순간마다 맺어지는 다양한 관계성을 입체적으로 시각화한 작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달성군 청사 노천 미술관으로 변신
달성 대구현대미술제가 10회째 열리는 동안 233개팀 240점의 예술작품이 출품됐고, 관람객의 경우 연인원 321만여명이 전시장을 찾아와 감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달성군은 작가들의 사기진작과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 차원에서 지금까지 총 7억6천800만원의 예산으로 대구현대미술제 출품작 가운데 총 26점을 직접 사들였다. 이명미 작가의 작품(please sit down) 등 10개의 작품을 군청사 일대에 배치했다.
김봉수 작가의 작품(피노키오의 항해) 등 7점은 사문진주막촌 일대, 김경민 작가의 작품(Good morning) 등 4점은 송해공원, 권치규 작가의 작품(만월) 등 4점은 호텔 아젤리아, 오동훈 작가의 작품(Flying Horse)은 마비정 벽화마을에 각각 설치했다.
지난 2005년 준공돼 우리나라 건축부문 최고상인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건축예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달성군 청사. 달성군은 대구현대미술제에 출품된 유명작가들의 작품들을 매년 한 두점씩 구입, 군청사 일대에 설치하는 방법으로 군청사를 노천 미술관으로 탈바꿈 시켜 놓았다.
※공동기획: 달성문화재단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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