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102세로 영면하신 어머님 그립습니다.
어머님은 18세로 3살 연하인 15세 신랑과 혼인했습니다. 부농의 아들로 태어난 아버지는 5남매 중 막내로 사랑을 독차지하며 성장했습니다. 어머니는 새색시가 꼬마 신랑 키우다시피 하셨답니다.
어머님은 그 시절에 한글, 숫자 터득하고 시집오셔서 시골 동네 축문, 제문 대필해주시고 낭독도 하셨습니다. 그 시절 시집살이는 요즘처럼 모여서 수다 떨 수도 없었고,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었습니다.
농사일이 뒷전이던 아버님은 오로지 술을 드시고 요즘 말로 완전 금수저, 시골 한량이셨습니다. 그런 아버님을 평생 모시느라 어머님께서는 고생을 많이 하셨죠.
사실 우리 집에는 일 년 내내 농주 떨어질 날이 없었습니다. 어머님이 막걸리 제조 달인이셨기 때문입니다. 쌀이 귀한 시절 집에서 막걸리 제조가 불법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허가받은 양조장에서 구매해야 하는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다 가끔 세무서 조사가 나온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밤에 술 도가니를 이리저리 숨기느라 진땀을 뺏었던 기억이 나네요.
많은 사람이 그렇듯이 부부의 연으로 5~60년을 미우나 고우나 의지하고 계시다, 어느 날 영원히 볼 수 없게 된다면 그 심정을 어머님이 떠난후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먹먹한 심정 가눌 길이 없습니다. 어머님 홀로 계시고 저희 6남매 중 대구에 4남매, 고향 쪽 진주에는 동생인 남매가 살고 있지요. 어머님은 수구초심으로 대구 계시다가 고향 쪽 막내 집을 원하셔서 그곳에서 오래 계셨습니다. 저희 막내 부부가 5남매를 대신해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어머님은 가시는 날까지도 기억력이 좋으셔서 6남매 생일이며 기념일 다 기억하시고, 언젠가는 아침 일찍 집사람한테 전화 왔습니다. "야~야 아침에 맛있는 거 해 먹었나?". 저도 본인도 깜박 잊고 있었는데, 어머님은 며느리 생일 인사도 하셨지요. 그렇게 건강히 파란만장한 백 년 인생길, 자연스레 6남매 백수 축하연 의논하게 됐고, 감히 조심스럽습니다만, 저희 6남매 부부, 슬하에도 빈자리 하나 없었지요.
고향마을 회관 관광에서 백수 잔치 성대히 치렀지요. 사전에 홍보해서 축하 오신 분들 동네 생기고는 처음으로고 칭송이 자자했지요. 음식은 출장 뷔페, 간단한 밴드, 지역 가수초청, 저희 형님이 메모해 드린 인사말 마이크 앞에서 어머님 낭독하셨죠. 지방 민방에서 취재해서 TV에도 잠시 소개되었다네요.
저희 어머님은 불사신인 줄 알았습니다. 2년 후 어느 날 근무 중 비보 접하고 너무 아쉬워 한 달이라도 병석에 계셨더라면 뒤늦게 후회도 해봤습니다. 가시는 날도 막내아들 출근길에 수고해라이. 배웅하시고, 우리 제수씨 예감 이상하여 어머님 방에 들어가 보니 생전 낮잠 주무시지 않는 분이 그 길로 영면하셨죠.
저희 6남매 이별 준비도 못 했고, 마지막 가시는 길에 따뜻한 손 한번 잡아 드리지 못한 불효자 철천지한이 됩니다. 2세기를 접하고 가신 어머님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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