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천안문 사태를 계기로 중국 공산당은 인민 지도(指導) 원리를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 애국주의·민족주의로 전환한다. 천안문 학살로 중국 공산당의 도덕적 권위가 무너지면서 생긴 이념의 진공 상태를 메우고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을 견지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방향 전환에 따라 교육 내용도 애국주의 일변도로 개편돼 기존의 계급주의적 역사 해석과 기술(記述)이 민족주의적 관점의 해석과 기술로 대폭 대체됐다. 그 중심에는 중국 공산당이 있다. 종전의 교과서는 중국 현대사를 계급투쟁에서 승리한 혁명의 역사로 기술했으나 새 교과서는 민족 간의 투쟁에서 고통받은 중국의 구원자로 공산당의 업적을 강조한다.('권력은 왜 역사를 지배하려 하는가', 윤상욱)
6·25전쟁 막바지인 1953년 7월 강원도 화천에서 한국군·유엔군이 북한군·중공군과 맞붙은 금성전투를 북한·중국 입장에서 묘사한 '1953 금성 대전투'(중국명·진강촨<金剛川>)도 애국주의의 소산이다.
이 영화는 지난해 중국 전역에서 10월 25일 개봉됐는데 이날은 중국이 1950년 10월 19일 6·25전쟁에 기습 개입한 지 6일 뒤로, 평안북도 운산군 온정리 양수동에서 한국군과 맞붙어 첫 승리를 거둔 날이다. 중국은 6·25전쟁 개입을 '항미원조'(抗美援朝)라고 하는데 이날을 항미원조 기념일로 지정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공산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항미원조전쟁 70주년 행사에서 직접 연설하는 등 애국주의 바람을 대대적으로 불러일으켰다. 이에 발맞춰 중국 문화계는 6·25전쟁 관련 영화와 다큐멘터리 등을 쏟아냈다. '1953 금성 대전투'도 그중 하나로 미국을 악마화하며 중국의 6·25 개입을 미화한다. 그런 점에서 그 제작 동기는 중국 공산당에 대한 아부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 영화의 국내 상영이 취소됐다. 수입사 측에서 영상물 등급 분류를 포기한 것이다. 그리고 수입사 대표는 "민족의 비극인 6·25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특히 적군의 영웅담을 담고 있는 내용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해당 영화를 수입한 데 대해 책임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내용과 제작 배경에 대해 충분히가 아니라 조금만 생각했어도 이런 사과를 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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