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코로나19 팬데믹과 영웅대망

이태훈 달서구청장

이태훈 달서구청장
이태훈 달서구청장

코로나19의 광풍에도 대구의 나눔 열기는 '대프리카 폭염인자'를 간직하나 보다.

올해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자 수(21명)가 벌써 작년 한 해 가입자 수와 같다는 소식은 능소화같이 화사하다. 공동체를 향한 나눔에 시대정신이 녹여진 인류 지성이 결합되면 지구촌은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인류는 고대로부터 인간의 탐욕 또는 자연의 심술, 그리고 세균·바이러스로 말미암아 수많은 생명을 잃어왔고 그 아픔의 흔적들은 검은 역사로 기록되고 있다. 희생자 잔혹수로 따지면 흑사병, 2차 세계대전, 스페인 독감, 1차 세계대전 순으로 이어질 것 같다.

그 와중에 전쟁을 피하고 평화를 구하는 노력들은 협약 또는 국가연합 등 국제기구 창설로 이어졌다. 또한 친선경기로 지구촌 평화를 구하는 올림픽대회 창설, 전쟁의 참상을 후회하며 인류 발전을 염원하는 노벨상 창설, 전쟁터에서 인류애를 호소하는 국제적십자사 출범 등으로 이어져왔다. 이런 가운데 자연의 공격성에 대처하고자 기후 관련 국제회의들이 잇따라 열리고 ESG 경영 바람도 불고 있다.

그러나 인류가 지금껏 바이러스 공격에 그 많은 생명을 내어주며 얻어낸 집단지성은 너무나 허접하다.

유럽 인구의 30~50% 멸절을 가져온 흑사병은 차치하고라도 천연두, 스페인 독감, 홍콩 독감, 신종플루 등 세균 및 바이러스가 무대를 달리하며 인류 생명을 도륙했지만, 이렇다 할 집단적 지혜는 축적되지 못한 것 같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역할이 질병 집계 발표나 팬데믹 선언 외에는 존재감이 아쉬운 가운데 백신 공급망을 독점한 선진국들의 이기주의적 행태는 극심하다.

백신 평균 접종률(8월 31일 기준)이 53.1% 이상 육박하는 북미, 유럽연합 등 주요 선진국과는 달리 아프리카는 5.0%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세계보건기구는 9월까지는 부스터 샷을 일시 중단해 줄 것을 권장하지만, 선진국들에게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일 뿐이다.

그뿐만 아니라 화이자와 모더나는 백신 특허 면제는커녕 오히려 인류 목숨을 담보로 한 가격 인상(화이자 25%, 모더나 10%)을 주도하며 100조 원에 달하는 매출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양사의 백신 항체 미형성률이 5~6%나 되지만 특약으로 접종에 따른 사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 이런 인류 생명을 담보로 한 극한적 상업성과는 달리 천연두 백신을 개발한 '에드워드 제너'의 조건없는 인류애적인 백신 무료 보급은 지구촌에 천연두 박멸을 이끌어냈다. 또한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조너스 소크'는 백신 특허권을 거부하며 지구별의 영웅으로 기억되고 있다.

변이를 거듭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지구촌은 초조해지고 앞으로 어느 때 어떤 바이러스가 출현할지 알 수 없다.

이에 팬데믹에 대한 WHO의 적극적인 역할체계가 구축되어지고 수익의 일정 비율은 후진국 국민들의 생명 구출에 기여하는 시스템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노벨상에 '인류 박애상'을 신설하거나 국제연합 명의의 새로운 시상 대책도 검토해볼 만하다.

10월에는 코로나19를 비롯한 의제들이 논해지는 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백신 공급망을 장악한 주요 선진국들의 인류애적인 리더십을 기다리며 새로운 백신 개발자의 헌신적 지성도 기대해 본다.

1년 반 전 세계인의 이목 속에 만들어졌던 'D방역'을 기억하며 펜데믹 시대에 영웅의 출현을 대망해 본다.

영웅은 어지러운 시대에 나타난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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