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은 대한민국 전통 활인 국궁 제작의 주산지다. 한국 양궁을 세계 정상에 처음 올려놓은 고장이다. 원조 궁사 김진호를 시작으로 올해 열렸던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최고의 스타덤에 오른 고교 궁사 김제덕까지 수 많은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곳이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양궁 경기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린 김 선수의 '코리아 파이팅!'은 코로나19와 무더위로 지친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적신 사이다였다. 김 선수의 활약은 활의 고장 '예천'을 국민들의 뇌리에 다시 한 번 각인 시켰다.
◆예천 전통 활의 역사
예천은 고구려·백제·신라 삼국시대에 군사적·지리적 요충지로 활 제작 최고의 적합지로 구전돼 내려오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예천의 활은 조선 초 예천읍 서본동에 '향사당'(鄕射當)이 세워져 활 쏘는 기술이 시작됐다.
이후 한천 백사장에서 활을 쏘기 시작했고, 일제강점기에는 전국의 국궁 3대 산지로 인정받아 국궁제조로 이름을 날렸다.
예천이 처음 활의 고장으로 명성을 얻게 된 것도 전통 활과 화살을 제작하는 궁시장들이 대거 배출됐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로 끊어졌던 전통 활(각궁) 제작의 명맥을 재현한 고장도 예천이다. 지역 최초의 중요무형문화재 제47호 궁시장 고 권영록 명장(1916~1986),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국가무형문화재 제47호 궁시장(弓矢匠) 권영학(78) 명장이 대표적이다.
경기 부천에서 활동한 고 김박영 궁시장(1933~2011), 서울시무형문화재 23호 권무석 궁장도 예천 출신이다.
이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궁시장들의 70%이상이 예천의 활 제작기법을 전수받았다고 한다. 예천에 의해 국내 전통 활의 명맥이 지켜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궁의 메카 칭호는 언제?
예천 양궁은 1970년대 후반 한국 양궁의 쌍두마차로 활약한 김진호 선수와 황숙주 선수의 활약에 의해 세계의 주목받게 된다.
1978년 예천여고 1학년생이던 김진호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8회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양궁 역사 최초로 금메달을 안겼다.
다음해 베를린에서 열린 '제30회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김진호, 황숙주 선수는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했다. 당시 김진호는 피켜 김연아 급의 인기를 끌었다고 전해진다. 그가 선수생활 중 수립한 신기록만 37개에 달한다.
김진호 외에도 예천에는 지역 출신의 선수부터 예천군청 소속 선수로 발탁된 타지역 출신 선수까지 지역에서 선수생활을 하며 올림픽과 각종 국제 대회에 나가 메달을 휩쓴 선수들이 즐비하다.
충북 청주 출신 김수녕은 은퇴 후 6년 만에 예천군청 소속으로 다시 활을 잡아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남 고흥 출신 장용호는 1999년 예천군청 소속 선수로 발탁돼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 2연패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예천 출신 윤옥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함께 양궁 여자부 세계 랭킹 1위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이번 도교올림픽에서 금메달 2관을 차지한 김제덕도 예천 출신이다.
이들 외에도 예천이 배출한 우수한 양궁 선수들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수 많은 예천의 신궁들의 활약으로 예천에는 '양궁의 메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기 시작한 것이다.
◆예천 양궁 시작과 현재…'향후 발전 계획'
예천 양궁은 1973년 3월 예천여자중학교에 양궁부가 창단되면서 처음 소개됐다. 당시 예천여중 장기오 교장을 중심으로 지역에 뜻있는 유지들이 힘을 모아 양궁 발전의 가능성을 보고 팀을 창단했다.
1975년 1월에는 예천여중의 병설교인 예천여고에 양궁부가 창단됐고, 1979년 3월 예천중학교, 1980년 3월 예천동부초교, 1982년 12월 예천초교에 잇따라 양궁부가 각 창단됐다.
현재 예천군에는 초·중·고교 6곳에서 35명, 실업팀 1곳 8명 등 43명의 선수들이 활동 중이다.
48년의 양궁 역사를 자랑하는 예천군은 양궁 발전을 위해 초·중·고교 양궁부에 매년 양궁장비와 훈련비, 물품구입비 등을 아낌없이 전폭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선수들이 최적의 환경 속에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예천진호국제양궁장 내 대한민국양궁훈련센터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홀수 격년제로 열리는 '예천세계활축제' 등을 활용해 활을 스포츠 뿐만 아니라 문화·콘텐츠로 산업화는 방안을 모색하고 도시 성장동력으로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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