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제보자’ 감추는 대검, 말 바꾸는 전현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현직에 있을 때 검찰 간부를 통해 야당에 여당 인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인터넷 매체에 제보한 사람이 공익신고자가 맞는지 여부를 놓고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제보자를 "공익신고자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가 다시 "공익신고 범위에 해당한다"고 말을 바꿨다. 권력 최상층부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소리가 나온다.

대검은 지난 8일 제보자가 "공익신고자 요건을 충족했다"는 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발송했다. 이에 대해 주무부서인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익신고자 해당 여부와 보호 조치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은 (대검에) 없다"며 대검이 월권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반박문을 냈다. 그러나 전 위원장은 이와 결이 다른 발언을 했다. 전 위원장은 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처음에는 "(윤 전 총장의) 혐의는 권한 남용으로 보이는데 이는 공익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잠시 후 "(손준성 검사가) 실명 판결문을 유출한 것이 맞다면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공익신고 범위에 해당한다"고 말을 바꿨다.

실명 판결문을 첨부해 전달한 행위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보면 공익 침해 행위에는 해당되므로 공익신고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인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전 위원장은 대검이 월권을 한다는 권익위 공식 입장도 뒤집었다. 전 위원장은 10일 '월권' 논란에 대해 "꼭 그렇게 볼 수는 없다"며 "내부 수사 절차에서 제보자를 공익신고자로 간주해 비밀을 보호하는 조치를 시작했다는 내용을 언론에 확인해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검의 결론을 사후 추인한 셈이다. 독자적 판단인가 아니면 그렇게 해석하라는 모처(某處)의 '신호'가 있었나?

공익신고자 결정은 통상 6개월이 걸린다. 그러나 대검은 지난 2일 뉴스버스의 보도 이후 일주일 만에 제보자를 공익신고자로 만들었다. 제보자의 신원을 감추는 방법으로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의 사실 규명을 질질 끌어 대선에 영향을 주려는 속셈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공익신고 제도가 정략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형국이다. 말을 바꾼 전 위원장도 이에 가담하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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