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승효상 건축가 "수도사·건축가 모두 성찰적인 삶 살아야 한다"

공간 물볕에서 에세이집 '묵상' 북콘서트
자신 설계한 건축여행 '영성의 지도' 계획

승효상 건축가가 11일 오후 경북 경산시 하양읍 공간 물볕에서 자신이 쓴
승효상 건축가가 11일 오후 경북 경산시 하양읍 공간 물볕에서 자신이 쓴 '묵상 ' 북 콘서트에서 수도원 순례와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진만 기자

"건축은 우리의 삶을 바꾸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좋은 건축 속에서 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 살고 있는 생활공간에서 방 한쪽이라도 자기 만의 검박하지만 경건한 공간을 만들어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를 권합니다."

교회의 본질만 남겨둔 교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경산 하양무학로교회를 설계한 승효상 건축가(이로재 대표)는 11일 오후 이 교회 건너편에 들어선 '공간 물볕'에서 가진 북콘서트에서 자신만의 경건한 공간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간 물볕은 승효상 건축가의 아들 승지후 건축가(107디자인워크숍 대표)가 설계와 감리를 맡은 건축물로 다방과 책방, 갤러리로 구성된 작은 문화센터 같은 곳이다. (매일신문 9월 6일 자 10면)

승 건축가는 "예전에는 우리들의 집마다 사당이나 성주를 모시는 공간이 있고, 집 주위에는 무덤도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졌고 도시 밖으로 밀려났다"면서 "이같은 공간들은 사람들에게 항상 경건함과 자기를 성찰할 수 있도록 영향을 줬으나 지금은 부동산 가치 때문에 이런 공간은 없어져 사람들이 영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승 건축가는 아파트나 사무실 등의 공간에 적은 면적이라도 자기만의 경건한 공간을 만들어 스스로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볼 것을 권했다.

11일 오후 경북 경산시 하양읍 공간 물볕에서 승효상 건축가가 수도원 순례와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진만 기자
11일 오후 경북 경산시 하양읍 공간 물볕에서 승효상 건축가가 수도원 순례와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진만 기자

승효상 건축가가 11일 오후 경북 경산시 하양읍 공간 물볕에서 수도원 순례와 자신의 건축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김진만 기자
승효상 건축가가 11일 오후 경북 경산시 하양읍 공간 물볕에서 수도원 순례와 자신의 건축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김진만 기자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중세 수도원 순례 후 2019년 '묵상'이라는 에세이를 낸 그는 수도원의 수도사와 건축가 모두 성찰적인 삶을 살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수도원은 자기 스스로 세상을 경계 밖으로 추방한 사람들이 사는 곳입니다. 수도사가 된 이유도, 그 이후의 삶도 절박감 때문이죠. 이들이 사는 수도원 건축은 장식이 필요없어요. 건축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건축주인 다른 사람의 삶에 관한 일을 하기 때문에 자기를 세상 밖으로 추방시켜 타자화하는 성찰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 건축가와 수도사의 삶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는 "중세 수도원을 순례하면서 수도사들이 모이는 수도원 건축은 장식이나 허울을 다 버리고 본질만 남아 있음을 느끼고 확인했다"면서 "종교와 수도원이 내 건축철학에도 영향을 끼쳤고 배움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영남지역에 자신이 설계한 밀양 명례성지, 노무현 전 대통령 무덤 및 봉하마을, 부산 구덕교회, 하양무학로교회, 군위 사유원과 전통사찰 양산 통도사를 연결하는 '영성의 지도'라는 이름의 건축여행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부족한 영성을 상기시킬 수 있는 시간을 다시 가져 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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