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최근 시교육청으로부터 '학교가 불법촬영카메라 탐지기를 빌려서 직접 점검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지난 2018년 '여성은 일상에서 불법촬영 범죄에 놓여 산다'는 혜화역 시위 이후 정부 해결책에 따라서, 시교육청은 매년 불법촬영 점검 공문을 일선 학교 측에 통보하고 있다. 올해는 학교 내 화장실, 탈의실 등에 연간 2회 점검을 해야 한다. A씨는 "학교 내 구성원 중 몰카 가해자나 피해자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를 학교가 몰카 탐지하는 게 맞느냐"며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인 학교 내 불법 촬영 카메라 설치 여부 '연 2회 점검'을 두고, 일선 현장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누가 점검을 할 것인지, 그 주체를 두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해당 지자체·경찰이 도우라고 했지만 업무 범위가 모호하고, 이들 사이에선 "학교가 많은 큰 도시 특성상 1년에 2번씩 학교 현장에 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에 교육청은 '학교 내 점검단'을 꾸려 교사·교직원이 직접 점검하게 했지만, 또다시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시교육청은 지난 2019년 초등학교·중학교·특수학교 등 358개 학교를 대상으로 외부 전문 탐지업체에 의뢰해 점검을 했다. 회당 1천300만원으로 1년에 두 번씩 실시한다면 연간 2천600만원이 빠져나가는 셈이다. 현재까지 단 한 건의 불법촬영 카메라도 발견하지 못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점검해서 발견되는 학교는 한 곳도 없는데 할 때마다 천만원이 넘는 예산이 드니, 이 돈을 학생 교육하는 데 쓰는 게 더 낫겠다 싶어 의뢰를 더 이상 하지 않고, '학교 내 점검단'을 꾸리게 됐다"고 했다.
'학교 내 점검단'은 교사·교직원이 외부 전문 탐지업체로부터 원격교육을 통해, 탐지기 사용방법·노하우 등을 배운다. 하지만 교사·교직원들은 "모두가 이미 검사 사실을 알고 있어서 제대로 된 점검이 될 수 없다. '보여주기식' 행정 업무를 우리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시교육청은 "시청이 나서달라고 요청했지만, '구청과 학교가 직접 탐지하라'는 시청 측 답변이 왔다"고 했다. 이에 다시 구청에 요청하니, "몰카 탐지 장비를 빌려줄 수는 있지만, 다른 업무가 있기 때문에 직접 탐지 업무까지 도와주긴 힘들다"는 답이 돌아왔다.
시교육청은 지난 7월 출범한 자치경찰위원회의 다음달 열릴 회의에서 '몰카 탐지 업무'에 대한 경찰의 협조를 구한다는 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대구 지역의 초·중·고교는 모두 461곳으로 '학교전담경찰관'은 약 30명, 경찰 1명이 15.4개 학교를 담당해야 하는 셈이다.
한 경찰관은 "가끔씩 기관과 공조해 탐지업무를 할 수는 있겠지만, '연 2회 점검'이 경찰의 본연 업무로 묶이기에는 적절치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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