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동일 칼럼] '고발 사주 의혹'에 의혹을 제기한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총선 직전 당시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시켜 여권 정치인 등에 대한 고발을 야당에 사주했다.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이다.

사전에는 '의혹'을 '믿을 수 없어 수상하게 여김'이라 정의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고발 사주 의혹'은 사실 여부를 믿을 수 없어 수상하게 여겨야 한다.

하지만 여권은 물론, 야권 일부도 윤 후보와의 연관성을 기정사실화하며 공격하고 있다. 필자는 아직은 '믿을 수 없어 수상하게 여기는' 자세로 이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먼저 뉴스버스 보도에 대한 의혹이다. '메이저 언론'이 아니어서가 아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르윈스키 스캔들'을 터뜨린 건 1인 미디어인 '드러지 리포트'였다. 인터넷 언론 등 뉴미디어의 순기능을 인정하지만, 사실 확인이 필요한 부분을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태도는 아쉽다.

작성자와 전달자, 제보자 등이 불확실해도 '고발장'을 입수한 이상 보도 가치는 충분하다. 손준성 검사–김웅 의원–제보자 조성은 씨로 이어지는 단서도 보도해야 한다. 하지만 윤 후보와의 연관성은 지시, 관여, 묵인 등 어느 것도 확인되지 않았다.

고발장 작성자는 손 검사이고 그가 검찰총장의 '최측근'임을 전제로 '총장 지시 없이는 불가능' '총장이 몰랐겠나' 등의 추정만 있을 뿐이다. "윤석열 검찰, 총선 코앞 '정치 공작'"이라는 기사 제목부터 과장이거나 부풀림이다. "뉴스버스에선 확인할 수 없거나 확인하지 않은 정보를 확인한 사실처럼 과장하거나 부풀리는 보도는 하지 않겠습니다" "뉴스버스는 이편 저편 누구의 편을 들지도 않고, 휩쓸리지도 않겠습니다" 등 뉴스버스 스스로의 약속을 한 번쯤 상기해 볼 때이다.

검찰의 태도도 의혹의 대상이다. 김웅 의원은 9월 8일 오전 9시 30분부터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다. 9시 49분, 기자들의 전화기에 메시지가 떴다. '대검 감찰부가 뉴스버스 제보자의 공익신고자 요건 충족을 확인'했다는 내용이었다.

조 씨는 한동수 감찰부장이 처음 권익위원회를 언급했지만 휴대전화 제출 조건으로 신고를 받아주었다고 주장했다. 조 씨가 한 부장을 직접 접촉한 경위나, 대검 감찰부가 권익위 권한 침해를 알면서 강행한 이유도 의아하다. 김 의원이 제보자 신원 공개를 못 하도록 벼락치기로 대응했다는 해석 외에 달리 생각할 길이 없다.

김 의원이 100여 건의 자료를 보내고 대검에 신고하도록 조언했다는 조 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기억이 안 난다'로 일관하는 김 의원 태도는 극히 무책임하다. 두 사람이 아직도 무언가 숨긴다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 본격 수사도 하기 전 대뜸 윤 후보를 피의자로 입건부터 한 공수처도 의혹 대상이다. 조 씨는 이런 주장까지 한다. "공수처는 공익신고자 절차 다 준비해 놨으니까 빨리 협조해 달라고 했다." 조 씨가 어떤 존재길래 평범한 국민은 접촉조차 어려운 국가기관들이 머리를 조아리는지 의아하다. 이런 게 의혹이 아니면 뭐가 의혹인가.

박지원 국정원장의 등장은 의혹을 심화시킨다. 박 원장은 7월 21일 제보와 9월 2일 첫 보도 사이인 8월 11일 조 씨와 만난 사실을 시인했다. 대선 분수령이 될 시한폭탄의 초침이 돌고 있는 중차대한 시기였다. 조 씨는 제보가 아니라 '사고'라면서 뉴스버스 보도를 막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조 씨는 박 원장과의 만남을 "늘 특별한 시간, 역사와 대화하는 시간"이라 표현한다. 이번 건에 대해 아무 언급이 없었다는 주장이 믿기 어려운 이유이다. 대한민국 국정원장이 정보와 관련 없는 30대 여성과 자주 만나 사담만을 주고받는 한가한 자리인 건 상상조차 못 했다. 과장하고 부풀리지는 않겠지만 이거야말로 국민 앞에 해명이 필요한 의혹이다. 만남에 든 비용이 국민 세금일 테니 말이다.

이번 사안은 진실이 밝혀지기 어려울 수도 있다. 유권자의 이목을 혼란시키고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만으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필자를 포함한 국민 모두 이편 저편 누구의 편을 들지도 않고, 휩쓸리지도 않는 엄정한 판단력이 중요한 이유이다. 과거 선거를 앞두고 제기된 의혹이 유야무야되거나 선거 후 거짓임이 밝혀진 숱한 사례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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