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대구 서구 비산동 만평시장. 추석을 일주일 앞둔 모습이라 볼 수 없을 정도로 시장은 썰렁했다. 지난 7월 서구청은 '시장기능 상실'을 이유로 만평시장에 대한 전통시장 인정을 취소했다.
기존 전통시장 부지에는 현재 식당과 식육점 두 곳만 장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30년 넘게 이곳에서 식육점을 운영해온 성경난(68) 씨는 "명절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30년 넘게 이곳에 있으면서 단골손님들이 꾸준히 찾아줘 영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전통시장에서 명절 분위기가 사라지는 가운데, 전통시장 인정이 취소된 곳에서 영업을 이어가는 시장 상인들은 막막함을 호소하고 있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전통시장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아 상권 활성화를 위해 시설현대화 사업, 시장별로 특성화시장 공모사업을 신청할 수 있다.
가장 큰 혜택은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 가맹점 상인과 상인회를 통해서만 은행에서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 그래서 비가맹점 상인들은 100% 현금화가 어려운 온누리상품권 받기를 꺼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코로나19 이후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정부는 시중에 온누리상품권을 많이 유통시켰다. 이로 인해 시민들이 전통시장을 이용할 유인은 높아졌지만, 전통시장 인정 취소가 된 곳에선 온누리상품권 사용을 꺼려 손님들이 발걸음을 돌리기도 한다.
시장을 찾는 손님이 줄자 시장 바깥의 상권 역시 자연스레 붕괴했다. 만평시장 뒤편 달서천로55길엔 전통시장 부지 내에 포함되지 않은 상점들이 훨씬 많다. 만평시장이 제 기능을 잃자 이곳을 찾는 손님들도 뚝 끊겼다.
20년 넘게 만평시장 인근에서 거주해 온 한 시민은 "사실상 만평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지정취소된 곳이 아니라 상점이 몇 군데 열어놓은 곳을 시장이라 생각한다"며 "구청에서 기존 만평시장에 대해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시장이 슬럼화되면서 사람들이 찾지 않자, 결국 시장 외 부지에 있는 상점도 타격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전통시장 인정이 취소된 곳은 만평시장 뿐만이 아니다. ▷중구 동북철물시장 ▷중구 보성황실시장 ▷동구 신암시장 ▷서구 만평시장 등 총 4개 시장이 전통시장 인정이 취소됐다. 일부 재개발이 취소사유로 꼽히기도 하지만, 대부분 '시장기능 상실'로 인해 전통시장 인정을 취소했다.
동구 신암동 신암시장에서 20년 넘게 떡집을 해온 이희동(58) 씨는 "예전 명절만 해도 떡을 만들기 위해 쌀을 10가마니 정도 준비했다. 이제는 시장이 기능을 상실해 찾아오는 손님도 없다 보니 준비한 쌀은 2가마니도 안 된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등록에 따른 혜택은 많지만, 전통시장 해제 이후 상인들을 위한 지원책은 전무하다. 문제는 12일 기준 대구시에 전통시장으로 등록된 곳 147개 중 상당수가 시장기능을 상실했거나, 상실에 가까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우선 12개 전통시장이 있는 서구만 하더라도 4곳을 '기능 상실'로 바라봤다.
대구시 관계자는 "전통시장 인정 취소 이후 계속 영업을 원하는 상인들에 대한 지원책은 없다. 구·군별로 조례도 없는 걸로 안다"며 "시장취소를 했다고 장사를 막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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