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에도 배울 것이 아직 많습니다.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세요."
여든의 나이에 여느 학생 못지않은 열정을 불태우는 만학도가 있어 우리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스마트 폰과 패드 등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강의내용을 공부한다. 그 주인공은 41년생 김봉순 할머니이다. 지난 8일 대구 달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봉순(80) 씨는 "어린 시절 배우지 못한 한이 있어 늦은 나이에 연필을 다시 들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초등학교 1학년 2학기까지 학교에 다녔지만, 갑작스러운 지병으로 배움의 길을 포기해야만 했다.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부터 집안 일을 돕게 됐다. 그는 9남매 중 막내딸로, 나이 터울이 많은 오빠의 자식들도 돌보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대구 중구 북성로 미군 부대 인근에서 문구도매상을 운영해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집안 살림을 꾸려나갔다. 그러다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이후 사업을 하는 남편 내조에 전념했다. 집안일만 하던 그는 시간을 쪼개 10여 년 동안 독거노인에게 쌀이나 김치를 담아 주는 봉사활동, 소아마비 환우들에 목욕 봉사를 다니기도 했다.
오랫동안 공부를 잊고 있던 김 씨는 우연한 기회에 학업을 이어가게 됐다. 사회가 급변하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됐고, 사용 방법을 배우기 위해 찾은 컴퓨터 학원이 새로운 삶을 열어줬다. 2018년 어느 날 그는 무작정 학원에 찾아가 문자를 쓰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했는데, 그 학원에서는 김 씨가 글자를 모른다고 오해해 검정고시 학원을 소개해줬다.
언제나 배움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던 그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특히 무슨 일이든 배움의 자세로 대해왔던 그이기에 이번에도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이듬해 8월 그는 초등학교 검정고시 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2년 만에 중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시험에서 합격해 최고령으로 중학교를 졸업한 뒤 현재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김 씨는 앞으로 대학에도 진학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과학을 좋아하는 만학도 김 씨는 최근 영어 발음이 어렵고, 수학에도 영어가 많이 나오다 보니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털어놨다. 김 씨는 나이가 들면서 갑상선, 허리, 무릎 등이 성치 않아 수술을 했지만, 공부에 대한 열정 하나로 버텨내고 있다. 문제를 풀어내고 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바꿀 수 없는 행복이다. 특히 누구나 그렇듯 만학도인 그도 다른 사람들보다 성적이 높게 나오면 더욱 기쁘다.

그는 앞으로 많은 사람이 포기하지 않고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늦은 나이에 중학교를 4번 만에 합격하고 합격증을 받았다. 노력 없이 얻는 것은 없다는 자신만의 이념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그는 디스크 협착증으로 수술 후 붕대를 감고 매일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고 있다. 김 씨는 여든에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하는데, 젊고 어린 학생들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교육을 제때 받지 못한 이들을 위한 지원 제도도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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