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손가정 보살핌 시급] 전문가 "학교, 경찰, 지자체, 복지기관 협력 체계 구축해야"

지난달 30일 0시 10분쯤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한 주택에서 할머니의 잔소리가 심하다는 이유로 고등학생 형제가 70대 친할머니를 흉기로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취재진들이 사건이 발생한 해당 주택을 취재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지난달 30일 0시 10분쯤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한 주택에서 할머니의 잔소리가 심하다는 이유로 고등학생 형제가 70대 친할머니를 흉기로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취재진들이 사건이 발생한 해당 주택을 취재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심리 및 복지 전문가들은 존속살해 등의 범죄를 막기 위해선 자녀가 어린 시절 부모와 깊은 정서적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할머니를 살해한 10대 형제 가정과 같이 정서적·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정을 위해선 학교, 복지 기관, 지자체, 경찰까지 협력 체계를 구축해 가족 간 범죄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고 했다.

김중곤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녀가 이상행동을 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8~10세 이전에 부모가 적절히 감독·통제를 해줘야 하며, 부모와 애정에 기반한 끈끈한 유대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 같은 사회화 과정이 제대로 안 됐을 경우 청소년기 충동 제어가 어려울 수 있으며, 결손 가정의 경우 조부모나 친척, 사회가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노인에 대한 신체적 학대를 포함해 언어적 폭언, 방임 등도 노인학대에 포함되며 이는 존속살해 등의 범죄에 일종의 시그널이다. 가족 간 갈등을 가정 내 문제로만 국한해선 안 되며, 좀 더 나은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종한 영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존속살해 범죄 대부분이 억눌렸던 감정이 표출되는 과정에서 벌어진다. 부모의 정상적 양육 과정이 없던 경우 애착관계가 안 이뤄져 자녀가 정서적 불안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10대 형제 사례에 대해서는 "사전에 조부모를 포함한 주변 친지 등에 대한 다차원적인 심리 상담을 통해 아이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어떻게 대처를 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위기 가정을 발굴하기 위해 학교, 지자체, 복지 기관뿐만 아니라 경찰로까지 협력 체계를 구축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보영 영남대 새마을국제개발학과 교수는 "폭력적 성향을 가진 청소년은 복지 기관이 제대로 대응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협력 관계는 경찰로까지 확장이 되어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학교는 폐쇄적인 특징이 있기 때문에 외부 복지 기관과 협력이 굉장히 어렵다"고 했다.

특히 지난 7월부터 자치경찰제가 시행된 만큼 복지 문제에 대한 경찰의 확대된 역할도 나왔다.

김 교수는 "자치경찰제에서는 경찰이 치안과 같은 제한된 영역이 아니라 전반적인 국민의 삶을 보호하고 향상시키는 역할을 같이해야 한다"며 "극단적 위기 상황을 경험하는 가정 문제는 경찰이 가장 먼저 접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정신 건강 등 복지 문제에 대해 보다 광범위하면서도 전문적인 경찰의 개입 체계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