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종교 통계조사

전헌호 신부, 천주교대구대교구 소속

전헌호 천주교 대구대교구 신부
전헌호 천주교 대구대교구 신부

최근 발표된 종교 통계조사에 의하면 50, 60대 중 종교를 믿는 이들의 비율은 50%를 넘는다. 그런데 30대는 30%, 20대는 20%에 지나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불교와 기독교, 천주교 중에서 불교를 믿는 비율이 가장 높았는데, 이번에는 기독교 다음이었다. 천주교는 10% 남짓에서 7% 정도로 줄어들었다.

필자가 이 자료를 접한 것은 불교방송인 BTN의 뉴스를 통해서였다. BTN은 불교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어떻게 하면 포교활동을 활발하게 해 사람들이 불교의 진리를 좋아하게 하고 깨달음에 이르도록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불교계에서 우리나라의 오랜 전통종교인 불교를 믿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드는 현상에 대해 우려하고 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필자는 그러한 노력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기독교계에서도 우리나라에서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의 수가 가장 많다고 기뻐하기만 하고 우려할 만한 것을 찾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경북 동해안 지역의 한 개척교회 담임목사이자 필자의 제자인 A목사는 얼마 전 만남에서 "신부님, 이번 코로나 사태로 개신교계는 타격이 큽니다"라며 불교계에서 하는 우려보다 더 높은 강도의 우려를 드러냈다.

교인의 비율이 국민 전체의 10%에서 7% 정도로 내려온 것으로 조사된 천주교계는 그러한 현상에 대한 반응을 별로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걱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조용히 지켜보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개선을 위한 방안이 보이는 대로 노력할 의지를 갖고 있을 것은 틀림없으리라 생각한다.

종교를 믿는 비율이 30대는 30%, 20대는 20% 정도에 지나지 않는 현상은 우리에게 던지는 명백한 메시지가 있는 것 같다. 나아가 '10대가 이런 통계에 대답을 할 10년 후의 상황은 어떠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상당히 큰 우려로 다가온다.

먼저 우리는 이러한 고찰에서 '우리나라 국민 개개인이 특정한 어떤 종교단체에 소속되어 있는가'라는 사실과, 나아가 '그 종교가 가르쳐주는 내용을 정기적인 예배행위를 통해서 믿고 실천하는가'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한 개인이 종교인이냐, 아니냐를 묻는 것과는 비슷하기는 하지만 일치하지는 않는 내용이다.

일본의 나가사키에서 천주교 성지를 순례했을 때, 그곳 안내인은 일본사람들 중 천주교와 기독교를 믿는 비율은 전체 국민의 1%에도 미치지 못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이 믿는 신의 종류는 800만 가지가 넘는다고 소개했다.

인간이 지구표면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 중에서 특별한 존재인 것은 '자신이 살아있고 언젠가는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자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의식 때문에 식물이나 다른 동물과 같이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으로 멈추지 않는다.

나는 어디서 왔는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삶은 무엇이며 죽음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을 희망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우리의 자의식이 깨어날 때부터 우리를 따라다니기 시작해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때로는 약하게, 때로는 강하게 일어난다.

이런 질문에 시달리지 않는 자는 본격적인 인간이라 할 수 없고, 시달리는 자는 종교인이 아닐 수 없다. 종교는 근본적으로 어느 특정 종교단체에 속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 내 삶의 정체에 대한 정확한 답을 알고자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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