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벌써 한 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도 가족과 친지들이 다같이 한자리에 모여 북적이는 명절을 보내는 일은 요원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이번 추석은 명절이라는 느낌보다 운좋게 얻은 긴 연휴 같은 기분이 든다. 특별한 모임 없는 평범한 일상이 될 확률이 높지만, 그래도 명절은 명절인지라 추석 선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인사치레보다 가까운 분들만 챙기자고 마음먹지만 어디까지 선물을 드려야 할지, 또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다는 욕심도 작용하다 보니 늘 선물을 고르는 데 고심하곤 한다.
받는 사람이 꼭 필요한 선물이면 좋은 선물일까. 평소에 도전하지 못하는 신선한 아이템이 좋은 선물일까. 비싸면 무조건 좋은 건가. 받는 사람의 취향도 고려해야 하고 주는 사람의 마음에도 들어야 하니 선물을 잘 고르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흔히 말하는 센스 있는 선물을 고르는 것도 능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마다 범상치 않은 선물 센스를 가진 한 친구가 떠오른다. 이 친구는 본인의 생일 파티를 직접 기획해 지인들을 초대하곤 했는데, 나름대로 파티 식순이 정해져 있고 깜짝 선물도 있는 흥미진진한 생일 파티였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생일 파티에 도착하면 손님들은 준비된 포토존에서 친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입장한다. 다과와 음식을 즐기면서 친구가 다녀온 여행 이야기를 듣고 태블릿으로 보여주는 사진들을 함께 본다.
여기까지는 흔한 패턴이지만 이 범상치 않은 친구는 여행 이야기를 끝내며 방금 함께 본 여행 사진으로 만든 엽서를 손님들에게 나누어 주는 게 아닌가. 손님들은 생각지도 못한 깜짝 선물에 즐거워하며 이야기가 있는 엽서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 소중하게 간직하게 된다.
그리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선물 증정식이 이어진다. 중요한 건 주인공인 친구가 초대한 손님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준다는 것이다. 그것도 꽝 없는 추첨식으로. 테이블에 여행지에서 하나둘씩 모아온 선물들을 쌓아두고는 손님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준다. 우리는 마치 로또 당첨번호 발표마냥 두근대며 번호가 불리기를 기대했다.
손으로 만든 지갑, 팔찌, 에코백, 열쇠고리 등 가격으로만 따지면 비싸지 않은 물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범상치 않은 친구는 흔한 기념품에도 시간과 마음을 담아 기억에 남을만한 이벤트로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단순한 물건이 스토리를 가지면서 소중한 선물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날 받은 엽서와 에코백을 쓸 때마다 즐거웠던 기억과 친구의 얼굴이 떠오르곤 한다.
같은 물건이라도 스토리가 담긴 선물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법이다. 늘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대신 마음을 담은 메모 한 장, 꽃 한 송이라도 같이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선물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말처럼 받는 분들이 기뻐할 모습을 생각하면 선물을 고르는 고민도 감수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추석에는 선물에 스토리를 담아 즐겁게 준비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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