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휠체어 진입 경사로도 없는 낡은 임대아파트 상가

'임대주택' 용지아파트 상가, 휠체어로 계단 못 올라 고통
"엘리베이터나 리프트 설치 건물 워낙 노후된 탓 어려워"
관리주체 대구도시공사, 건물구조·예산 핑계로 개선 미뤄

13일 오후 대구 수성구 용지아파트 상가 건물 출입구에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가 설치돼 있지 않아 전동 휠체어를 탄 한 장애인이 계단 앞에 멈춰 서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13일 오후 대구 수성구 용지아파트 상가 건물 출입구에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가 설치돼 있지 않아 전동 휠체어를 탄 한 장애인이 계단 앞에 멈춰 서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 수성구 용지아파트에 어머니가 살고 있는 이천욱(45) 씨는 가끔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 방문에 나선다. 이때마다 이 씨는 허리가 휘어질 지경이 된다. 용지아파트 상가 2층에 있는 병원에 가기 위해선 어머니를 안거나 업어야 하기 때문이다. 휠체어로 접근할 수 있는 경사로나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한 할아버지는 병원에 가기 위해 계단을 기어가듯 오르고, 계단에서 넘어져 119구급차에 실려가는 할머니도 봤다"며 "이 때문에 제 어머니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가벼운 진료에도 휠체어 이동이 편한 먼 곳의 병원까지 가야 한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대구 수성구 용지아파트 상가 건물 출입구에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출입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13일 오후 대구 수성구 용지아파트 상가 건물 출입구에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출입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의 임대주택인 용지아파트 상가 건물에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를 관리하는 대구도시공사는 건물 구조와 예산문제를 이유로 개선안 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

13일 오전 찾아간 용지아파트 상가 건물은 입구에 휠체어로 오르내릴 수 있는 경사로가 없었다. 3층으로 된 건물에는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는 고사하고 휠체어 리프트 시설도 없었다.

이 때문에 2층 병원을 이용하기 위해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은 자녀들의 부축으로 건물을 오르내리거나, 단지 내 복지관 사회복무요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휠체어를 탄 한 주민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이 상가 2층에 있는 내과인데 여기 가려면 누가 도와주지 않고는 입구도 못 들어간다"며 "급하면 복지관이나 병원에 전화 해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용지아파트 건물을 관리하는 대구도시공사는 건물의 구조와 예산 문제를 들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공사 측은 상가가 30년이 넘은 건물로 노후화된 데다 층간 이동을 위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데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도시공사 관계자는 "주민들이 '병원이 있는 2층까지만이라도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해달라'는 민원이 들어오곤 하는데 그렇게 하면 지하 1층과 지상 3층의 상가 임차인들과 형평성 문제가 있고, 전층에 다 설치하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천욱 씨는 "외벽에 설치하는 휠체어리프트는 가능하지 않느냐고 공사에 제안했지만 이 또한 구조적인 문제와 형평성 문제 때문에 어렵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거동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임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공사의 태도를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구도시공사 측은 "현재 용지아파트를 비롯한 임대아파트 내 보수공사에도 예산 여력이 부족한 상태라 상가에까지 시설개선비용을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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