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급증으로 일부 시중은행의 신규 대출 전면 금지, 전세대출 취급 중단 보도가 잇따르면서 이사를 앞둔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단순히 가계대출 증가를 막으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가계대출 증가 요인 중 하나인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부작용과 역차별에 대한 부분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현 정부 들어서 주택 가격이 2배 상승한 가운데 가계대출은 1천800조 원으로 급증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900조 원, 문재인 대통령 재임 4년 동안만 446조 원이나 늘었다.
현 정부는 초저금리로 역대 정부 중 최단기간에 빚을 늘려 소비를 촉진했다. 오늘날 가계대출 증가는 주택가격 급등으로 인한 주거비용 대출과 코로나19로 인한 생업자금 대출 때문이다.
주택 소비가 현격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2030세대도 부의 증식을 위해 일반대출과 부족한 부분은 마이너스 통장까지 개설하며 가능한 모든 대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또 작년 8월 임대차 3법 이후 전세금이 폭등하면서, 오르는 차액만큼 대출로 충당하다 보니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에서 대출을 중단하였는데, 막는다고 막아지겠는가. 형편이 어려운 임차인들을 금리가 더 높은 제2, 제3의 금융사로 몰아낼 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의 생계자금 대출도 마찬가지다. 줄이고 싶어도 줄일 수가 없다.
가계대출 급증으로 인한 대출 규제는 훨씬 이전부터 시작됐다. 부동산 과열 지역에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 70%를 40%로 축소했다. 9억 원 초과인 고가 주택은 초과 금액의 LTV를 20%로 제한하고 15억 원 이상 주택은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올해 7월부터는 DSR(총부채상환비율)을 도입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뿐만 아니라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금, 학자금 대출 카드론 등 모든 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더한 원리금 상환액으로 대출 상환 능력을 심사하고 있다. 연 소득은 그대로인데 금융부채가 커지기 때문에 한도가 대폭 축소된다. 현재 대출을 이용 중이라면 아예 대출을 거절당할 수도 있다.
정부는 금융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변동금리 위주에서 고정금리 대출도 늘렸다. 예전에는 이자만 납부하다가 만기 시 원리금을 일시 상환하거나, 몇 년 거치 몇 년 상환식의 대출 방식이 있었지만, 지금 가계대출은 원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해야 하므로 차주의 부담은 몇 배 더 증가했다.
정부는 특히 10년 동안 이어진 저금리 기조에서 대출 급증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해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어 대출 취급이 많은 금융사들이 자발적으로 대출을 중단하며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다.
그렇다면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기 힘든 무주택자는 내 집 마련을 포기해야 하는가? 돈을 모으는 속도보다 몇 배나 더 빠르게 상승하는 전세금을 '대출' 없이 임차인이 감당할 수 있는가? 대출이 필요한 사람이 정말 누구인지, 정부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대출이 자유로울 때, 주택을 구입해 막대한 시세 차익을 얻은 사람도 있다. 지금의 대출 규제는, 그때 집을 사지 못하고 지금 집을 사려는 2030세대에 엄청난 불평등일 수 있다. DSR을 적용하면 4050세대의 장년층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소득이 낮거나 대출 이용이 많은 2030세대에는 불리하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올랐다. 2억 원 대출에 연 50만 원의 추가 이자 부담이 발생한다. 중산층에서는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을 수 있겠지만 청년 세대와 서민 가구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앞으로 대출금리는 더 오를 전망이다.
금융 리스크 발생 시 고소득자와 담보할 자산이 많은 사람은 우량 고객이 될 것이며, 소득이 낮거나 자산 규모가 없다면 비우량 고객으로 리스크가 높아질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시장 체제에 맡겨둔다면 2030세대와 서민들은 리스크 높은 고객으로 분류돼 금융사가 대출을 꺼리거나 오히려 기존 대출을 상환하라는 독촉을 받을 수도 있겠다.
우리는 개혁과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원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금융 리스크 관리 차원의 금리 인상과 대출 억제는 리스크 관리의 긍정적인 요소도 되겠지만, 서민들의 비용 부담 증가와 소비 위축도 불가피한 상황에 놓인다. 보다 세심한 금융 대책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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