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우체국 이전 걸림돌 때문에 늦어지는 경상감영 복원

경상감영 복원 사업이 대구우체국 이전 부지 확보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대구우체국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건물을 해체해야 경상감영 경관을 옛 모습에 가깝게 복원할 수 있지만 대구시와 우정사업본부 간의 대체 부지 협의가 지지부진해 시간만 속절없이 흐르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경상감영 옛 모습 찾기가 시작만 요란했지 내용 면으로는 반쪽 복원 사업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엄살로 들리지 않는다.

경상감영 복원은 대구경북의 뿌리를 찾고 지역민 자긍심을 회복하는 대역사(大役事)다. 조선시대 선조 때 영남의 행정·사법·군사를 총괄하는 경상감영 관청이 들어섬으로써 대구는 우리나라 3대 도시로 발돋움하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1920년대 일제가 민족정신 말살 의도로 경상감영 부지에 헌병대를 지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식민 잔재 청산으로서 경상감영 복원이 갖는 의미도 크다.

경상감영을 제대로 복원하려면 외삼문(관풍루)-중삼문-선화당으로 이어지는 감영의 중첩 구조 기본축을 재현하는 게 필수적이다. 하지만 부지 5천497㎡의 대구우체국이 그 축을 가로막고 있다. 대구우체국을 이전하지 않는다면 현재 달성공원에 있는 관풍루를 제자리로 옮겨 오고 중삼문을 복원하더라도 건물들이 너무 왜소하고 볼품없어져 경상감영 경관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복원할 바에는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관건은 대구우체국 대체 부지 확보다. 우정사업본부는 중·남구에 교통과 물류 접근성이 뛰어난 대체 부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대구시는 그에 부합하는 부지를 확보할 수가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구의 옛 도심에 우정사업본부 입맛에 딱 맞는 부지를 찾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우정사업본부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인데 평행선처럼 자기 요구만 내세우는 것은 곤란하다. 경상감영 복원의 역사성 및 상징성을 고려해 우정사업본부는 대승적 자세로 이 사안을 봐주기 바란다. 대구시도 더 적극성을 갖고 해법 찾기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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