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임대차 보증금 26억원 꿀꺽…대구 '깡통전세' 임대인 징역 4년

대구지법 "도주 우려 없어, 합의 가능성 고려해 법정구속은 안 해"

대구지법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지법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 전역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다가구주택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이른바 '깡통전세' 사기를 저지른 임대인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제11형사단독(판사 이성욱)은 14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임대인 A(46) 씨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도주 우려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없고 합의 가능성을 고려해 A씨에 대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지난 2013년 4월부터 대구에서 임대 사업을 시작한 A씨는 자신이 소유한 다가구주택 세입자 총 48명에게서 보증금 26억5천여만원을 가로채 달아난 혐의로 지난 2019년 12월 기소됐다.

대구 달서구, 수성구 등 다가구주택 총 13채를 갖고 있던 A씨는 추가 대출이 어려워지고 부동산 가격이 정체되면서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특별한 수입이 없던 A씨는 월 2천만원에 달하는 대출 이자를 새로운 임차인에게서 받은 보증금으로 충당했고, 결국 2018년 8월쯤 A씨의 보증금 채무는 68억원에 달했다.

새 임차인에게서 보증금을 받고도 기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A씨는 돌연 잠적했고, 2019년 7월 경찰에 붙잡혔다.

재판에서 A씨는 "임대차 계약 체결 당시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편취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들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선순위 임차인 존재 여부 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설명했다.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피해자들은 A씨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다른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을 수도 있다"며 "피고인은 돌려 막기 형식으로 기존 채무를 변제하거나 임차인에게 받은 보증금을 다른 임차인에게 지급할 보증금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 중 일부와 합의했고, 일부 피해자에게는 배당을 통해 피해를 회복한 점, 초범인 점 등을 종합했다"고 했다.

이날 선고를 지켜본 피해자들은 재판부가 A씨를 법정구속을 시키지 않은 데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자들은 "지금까지 A씨 측에서 합의를 위한 전화 한 통도 한 적이 없는데 법정 구속을 시키지 않은 것이 이해가 안 된다"며 "A씨는 최후 진술 당시에도 피해자들과 원만히 합의하겠다고 말했지만 선고일까지 어떤 연락도 없었다. 어차피 피해 회복이 안 될 것이라면 법정구속이라도 시켜 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A씨는 세입자 28명을 상대로 총 7억3천여만원의 전세 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가로챌 목적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혐의(사기 등)로도 기소돼 지난 2019년 12월 대구지법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후 A씨는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