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동해에 대형 카페리선 시대가 열렸다.
16일부터 경북 포항~울릉 뱃길에 울릉크루즈㈜ 2만t급 뉴씨다오펄(New Shidao Pearl)호가 운항에 들어갔다. 그동안 육지와 울릉도 간 뱃길은 3~4개월가량 교통이 단절돼 전천후 여객선을 요구하는 울릉 주민의 목소리가 높았다.
시험 운항 기간에 뉴씨다오펄호 울릉 접안 현장에 나온 주민들이 눈물을 왈칵 쏟은 데서 보듯 대형 카페리선 운항은 울릉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었다.
이 배는 승객 1천200명, 컨테이너 화물 218TEU(1TEU=20ft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다.
이전에 운항됐던 썬플라워호와 엘도라도호는 각각 2천400t, 670t으로 소형이어서 태풍이 불거나 풍랑주의보가 내리면 결항되기 일쑤였다.
대형 카페리선 운항 전 연평균 결항일은 100여 일에 달했다. 환자들은 육지에 나올 때까지 앓으며 견뎌야 했다. 울릉 주민들은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긴급한 일이 발생해도 때를 맞추기가 어려웠다.
울릉도에 대형 카페리선이 취항함으로써 울릉 주민은 물론 울릉‧독도 관광객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새 카페리선은 승용차 172대와 화물차 40~50대를 실을 수 있어 자신의 차를 몰고 울릉도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가능해졌다.
대형 카페리선은 악천후에도 안정적 운항이 가능하다. 태풍경보 등 심각한 기상 여건이 아니라면 결항 없이 운항할 수 있다. 선사에 따르면 결항일이 연간 10여 일 이내로 떨어진다.
포항~울릉 뱃길에 역사적인 첫발을 내디뎠지만 풀어야 할 문제도 많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화물 운송 문제다.
포항해양수산청에 따르면 '운항관리규정 심사위원회'는 최근 뉴씨다오펄호에 대해 영일만항 국제여객선 부두 선미(배 뒤편) 화물 적재·적하 '잠정 금지' 결정을 내렸다.
선사 측은 국제여객선 부두에 '푼툰 바지'(물에 뜬 구조물)를 두고 선미에서 화물을 싣고 내리는 방식으로 운항할 준비를 해왔다. 선미가 열리고 닫히는 구조다.
하지만 운항관리규정 심사위원회는 파도가 높이 칠 때 선미가 열리고 닫히는 구조는 위험하기 때문에 "크레인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면 화물 적재·적하를 허가해 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럴 경우 비용이 크게 증가해 선사와 이용객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 크레인을 통해 자동차를 싣는 경우 10대를 옮기는 데 2시간이나 걸린다고 한다. 이는 화물을 싣지 말라는 소리와 다름없다고 선사 측은 항변한다.
물론 안전 규정을 철저히 지켜야 하지만 울릉 주민과 관광객 편익을 위해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 국제여객선 부두의 선착장에 편의 시설도 빨리 갖춰야 한다. 예산 10억 원이 잡혀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관련 기관들은 수익자 부담 원칙을 요구하고 있지만 울릉 주민과 관광객에 대한 행정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잡힌 예산을 활용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대형 카페리선 취항으로 관광객이 크게 증가할 때를 대비해 장기적으로 울릉도의 숙박 시설 확대도 요구된다. 코로나19 발생 전 성수기에는 울릉도의 숙박 시설이 꽉 차는 경우가 잦아 관광객들이 교회의 기도원 등지를 숙소로 이용하기도 했다.
경북도와 포항시, 울릉군, 포항해양수산청은 대형 카페리선 취항을 민간기업의 영리 행위로만 치부하지 말고 울릉 주민과 관광객 입장에서 이용자들의 편익을 극대화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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