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군사적, 무력적 성장에는 언제나 조선이라는 발판이 있었다.'(10쪽) '일본은 조선의 임오군란을 조선과는 강화도 조약 체결 이래 외교적 현안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이용하는 한편, 국내적으로도 메이지 유신 이후 이른바 체제 구축기의 내부 문제를 해결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이용했다'(127쪽)
1910년 일본 제국주의와 대한제국이 맺은 병합조약은 뼈아픈 식민통치 35년의 출발점이자, 우리 역사의 가장 치욕스러운 순간이다. 하지만 망국에 이르기까지 조선이 세계와 만나는 순간부터 일제에 병합되기까지 45년의 기간은 우리가 어떤 지점에서 실패했는지 복기할 필요가 있다.
책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19세기 동아시아의 국제 정세와 열강의 한국 인식을 바탕으로 조선-대한제국의 사건들을 재조명한 역사 교양서이다.
기존의 근현대사 역사책이 주로 국내 사료에 집중해 외부 열강의 입장과 의도를 부차적으로 다루었다면, 이 책은 거꾸로 국내사건에 대한 설명은 최소화하고 국제관계사의 측면에서 사건의 영향과 관계성을 해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150여 년 전, 조선은 제국주의 시대 최대의 희생물이었다. 수교를 거부하며 결사 항전했던 병인양요(1866), 일본이 군사력으로 도발했던 운요호 사건(1875), 러시아의 남진을 견제하려는 영국의 거문도 점령(1885~1887), 그리고 청일전쟁(1894~1895)과 러일전쟁(1904~1905). 조선은 10년 단위로 세계열강의 무력 충돌에 직면했다. 그로 인해 조선인들의 삶과 터전은 완전히 파괴되었다.
'근대 일본은 외교 분야에서 아시아와 서구라는 두 가지 목표 중 어떤 것을 중시할 지에 따라 그 기조가 변해왔다. 일본이 스스로 아시아 국가의 일원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서양 문명국의 일원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대외 정책의 방향이 달라졌다.'(154쪽)
책에는 저자가 1980년대부터 학계에 거의 최초로 발표한 논문도 포함돼 있다. 296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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