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개봉한 화성 생존 영화 '마션'(The Martian). 주인공인 마크(맷 데이먼)는 화성에 고립돼 동료 구조대가 오기까지 4년을 버텨야 했다. 비상식량은 고작 1년치뿐.
부족한 식량을 충족하기 위해 기지 내에 흙과 자신의 인분으로 거름을 만들어 감자를 심는다. 물이 없는 화성에서 수소를 연소시켜 물을 얻으며, 어렵게 감자를 키워 생존하다 극적으로 구조대에 의해 구출되는 줄거리의 영화다.
비록 영화상의 설정이지만, 마크가 만일 식량 재배법을 몰랐다거나 여러 가지 식물의 한살이를 몰랐다면 기존에 갖고 있던 1년치의 식량만으로는 동료 구조대가 오기 전에 생명을 잃었을 것이다. 다행히 마크는 감자 재배법을 알고 있었다.
영화를 떠나 실제로 2세대들에게 비상시 생존 식량 수급 차원에서라도 동식물에 대한 한살이와 그 재배법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실 교육은 그렇지 않다. 유치원, 초등학교 단위에서의 농산물 수확 체험은 대부분 과실만 수확하는 체험으로 그친다.
다행히 한국에서도 얼마 전부터 농장 체험 형식의 텃밭과 도시농업공원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학교에서도 텃밭을 만들어 학생과 교사가 구슬땀을 흘리며 운영을 하고 있다. 거창한 생존 교육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농산물의 노작을 통해 식물의 한살이를 체험하고 배우며 고생한 보람을 일거에 해소시켜 주는 수확의 기쁨과 수확물을 이웃들과 나누는 기쁨도 알게 되었다.
유럽 각국의 생명에 대한 교육 방식은 농장 체험에서부터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농산물 수확 중심의 체험과는 사뭇 다르다. 먼저 도시 주변에 수많은 농장 체험장이 산재해 있다. 예를 들면, 독일 베를린 도심 혹은 인근에 농장 체험장을 뜻하는 '바우 호프'(Bau Hof)라고 검색하면 수십 개의 체험장을 찾을 수 있다. 이곳에선 동물 체험장뿐 아니라 식물의 한살이를 체험하고 연중 재배하는 체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한 학생이 1년에 대략 5~10회가량 농장을 방문해서 농장 체험을 한다. 아이들에겐 일종의 농장 놀이터인 셈이다. 체험비는 무료이며 음식값은 유료이다. 운영은 대체로 민간단체가 맡으며 운영비는 추수감사절이나 각종 기념일, 주말 공휴일 등에 500~1천여 명의 가족에게 판매하는 식음료나 후원 등으로 충당한다.
사회가 아무리 최첨단 산업으로 고도화돼도 기본 생존 산업인 1차 산업에 대한 교육 및 체험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어린이 및 청소년 세대는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수많은 동식물성 음식이 어떤 과정 및 노력에 의해 우리에게 오는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인프라 구축과 관심이 필요하지만, 개발 논리에서 항상 뒷전으로 밀려난다. 그러나 마침 그린벨트와 공원일몰제 해제에 의한 도심 공원이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도심 공원을 활용해 농장 체험장을 만들면 접근성과 주변 교육기관의 이용률이 높아진다. 굳이 대형 버스를 타고 시외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
어린이·청소년 세대의 인성교육 차원에서라도 도심 내 농장 체험장의 체계적인 조성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마침 지난해 7월 1일부터 공원일몰제 해제로 지자체가 확보한 부지를 농장 체험장 성격을 띤 '농장 놀이터'로 적극 조성할 필요가 있다.
자연을 아끼는 마음, 음식에 대한 고마움, 땀의 가치를 알 뿐만 아니라 비상시 마션의 마크처럼 생존력은 덤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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