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사는 주부 A씨는 최근 5살 난 아이의 감기 기운 때문에 소아과를 찾았다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1시간을 넘게 기다린 뒤에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A씨는 "오전 10시 30분쯤 접수를 했는데 11시에 백신접종을 예약한 사람들이 들어왔다. 아파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을 백신 접종자들 사이사이에 한 명씩 진료를 받다 보니 대기 시간이 한참 걸렸다"며 "접종자 때문에 아픈 환자가 제때 진료 받지 못하는 상황을 직접 경험하니 병원인지 접종센터인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와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이 뒤섞여 혼선을 빚고 있다. 백신을 개봉한 뒤 6시간 안에는 소진해야 하는 탓에 일부 병원은 내원환자 진료보다 접종을 우선시하는 곳도 있어 주객전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대구시와 보건소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mRNA(화이자‧모더나) 백신 보관에 대한 허가사항이 바뀌면서 병‧의원에서도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접종이 가능하게 됐다. 현재 대구에 등록된 코로나19 백신접종 위탁의료기관은 총 821곳으로 병원별로 화이자, 모더나, 얀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보관해 두고 접종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의료기관에서 접종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진료를 받으러 온 내원환자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내원환자와 접종자에 대한 진료 및 접종은 접수 순서에 따라 진행하지만 병원에 따라서는 접종자가 몰릴 경우 내원환자들이 장시간 기다려야 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바이알(병)을 개봉한 뒤 6시간 이내에 맞춰야 한다. 개봉 뒤 상온에 둘 수 있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예약된 시간에 대상자에게 접종이 이뤄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대구 수성구 한 병원 관계자는 "병원별로 시간당 최대 접종 가능 인원이 20명인데 환자 진료와 20명 접종이 동시에 이뤄지는 탓에 이전보다 환자 진료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큰 병원의 경우 의사가 여러 명이어서 크게 북적이지는 않지만 의사 한 두명이 진료를 보는 작은 병원에서는 접종자가 몰릴 경우 대기하는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접종률 제고에 박차를 가하면서 빚어진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구 북구의 한 아동병원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의사 한 명당 최대 접종가능인원을 하루 80명에서 100명까지로 늘렸다"며 "매년 추석 전 이맘 때 환절기 감기환자가 몰려 북적이던 병원이 더욱 바빠졌다. 급한 환자들은 접종자보다 우선 진료하는 등 병원별로 재량껏 조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보관상태 변경허가가 나기 전 냉동상태로만 백신을 보관해야 했을 때는 접종센터에서만 백신을 맞을 수 있었지만 변경 뒤에는 개봉 뒤 6시간 안에만 맞히면 돼 병‧의원에서도 접종이 가능하게 됐다"며 "예약된 시간에 접종이 이뤄져야 백신이 버려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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