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추석 극장가, 두 편의 한국영화

영화 '보이스'의 한 장면
영화 '보이스'의 한 장면

추석 극장가가 뜨거워졌다.

물론 코로나19 사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올해 추석 극장가는 돋보이는 몇 편의 한국영화들로 인해 모처럼만에 활기를 띤다. 7월에 개봉해 올 여름을 책임진 '모가디슈'가 350만 관객을 바라보고 있고, 황정민의 '인질' 또한 150만 명을 넘겼다. 여기에 이번 주 '기적'(감독 이장훈)과 '보이스'(감독 김선, 김곡)가 가세하면서 추석극장가는 한국영화들의 격전지가 됐다.

가족과 연인을 위한 휴먼 드라마 '기적', 친구들이 함께 보면 좋을 한국형 액션영화 '보이스'. 취향과 지향점이 다른 두 편 중 과연 어느 영화가 웃게 될지도 관심거리다.

영화 '기적'의 한 장면
영화 '기적'의 한 장면

◆실화의 힘…웃음과 감동으로 무장한 '기적'

길이라고는 기찻길 밖에 없는 산골 마을. 사람들은 언제 기차가 올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길을 다닌다. 거기에 터널까지 지나야 한다. 당연히 사고도 잦은 곳이다. 기차역만 생기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일이다.

기관사 아버지를 둔 고교생 준경(박정민)은 청와대에 54번이나 편지를 쓰지만 응답이 없다. 왕복 5시간 통학길을 오가는 준경의 비범함에 라희(임윤아)가 힘을 보탠다. 맞춤법도 엉망이고, 미국의 수도도 모르지만 숫자만 들어가면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준경을 대통령배 수학경시대회에 응시하게 한다. 대통령을 직접 만나 기차역 신설을 부탁하려는 것이다.

'기적'은 1988년 대한민국 최초의 민자역인 경북 봉화의 양원역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역 이름부터 대합실, 승강장까지 마을 주민들이 손으로 직접 만든 역이다. 아들의 도전이 답답한 원칙주의자 기관사인 태윤(이성민), 동생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누나 보경(이수경) 등 각 인물들이 유쾌한 웃음과 예상치 못한 감동까지 선사한다.

영화 '기적'의 한 장면
영화 '기적'의 한 장면

'기적'의 배경은 1980년대다. 당시 고교생들의 풋풋한 사랑이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보기만 해도 추억을 소환하는 80년대 소품과 에피소드들도 영화의 따스한 감성을 배가시킨다. 카세트 테이프, VHS, 오락기, 폴라로이드, 지도책을 포함해 제작진이 직접 전국 각지에서 어렵게 구한 빨간 공중전화기와 우체통은 기분 좋은 향수를 자극한다.

양원역은 1988년 지어질 당시의 공간과 유사한 곳을 찾아 오픈 세트로 제작했다. 대합실과 승강장, 역명판 손글씨 등까지 세세하게 재현해냈다. 우연히도 영화 속 배경인 경북 봉화는 배우 이성민의 고향. 덕분에 대본 속 사투리부터 디테일한 설정까지 이성민을 거쳐 완성했다고 한다.

생활형 재난 탈출영화 '엑시트'에서 매력을 발산한 '소녀시대'의 윤아가 다시 흥행배우로서 관객들에게 다가온다. 귀여운 경상도 사투리를 쓰면서 배우 박정민과 함께 순박하지만, 따스한 정감을 선사한다. 117분.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 '보이스'의 한 장면
영화 '보이스'의 한 장면

◆꿈을 앗아간 보이스피싱과의 처절한 대결 '보이스'

부산 건설현장 인부들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 너무나 그럴싸한 보이스피싱에 사람들은 목숨 같은 돈을 잃게 된다.

현장 작업반장 서준(변요한)과 그의 아내는 분식집을 운영하며 내 집 마련의 꿈도 키우는 소박하지만 알차게 사는 부부이다. 그들 또한 어처구니없이 당한다. 부부는 아파트 중도금을 빼앗겼고, 건설 현장 동료들은 30억원을 보이스피싱으로 잃게 된다. 전직 마약반 형사였던 서준은 돈을 되찾기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을 추적한다.

'보이스'는 보이스피싱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주인공이 돈을 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 본거지까지 잠입해 사기 설계자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범죄 액션영화다. 서준과 함께 본거지 기획실 총책 곽 프로(김무열), 지능범죄수사대 이규호 팀장(김희원), 콜센터의 절대적 감시자 천 본부장(박명훈)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출연해 속도감 넘치는 볼거리와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 '보이스'의 한 장면
영화 '보이스'의 한 장면

배우 변요한은 오직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간 김현수 변호사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벼랑 끝 인물로 출연하며, 배우 김무열은 비열함을 넘어선 악랄한 사기꾼의 모습을 보이며 변요한과 연기 대결을 펼친다.

특히 실제 보이스피싱에서 활용되는 사례와 최근 수법 등을 찾아 리얼하게 그려내 누구나 타깃이 될 수 있는 사기행각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109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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