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SNS를 몰래 보거나 대화 등을 녹음한 혐의로 기소된 남편에 대해 법원이 2심에서도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구고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양영희)는 15일 아내 몰래 카카오톡 대화를 들여다보거나 통화 내용을 녹음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기소된 A(47) 씨에게 징역 6개월, 자격정지 6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 유예는 경미한 범죄를 저질렀을 때 선고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면소(공소권이 사라져 기소하지 않음)된 것으로 간주하는 판결을 뜻한다.
지난 5월 대구지법은 A씨에 대해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고, 이에 불복해 검사가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애초 1심 법원은 A씨가 안방에 있다가 불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전화 통화를 하던 아내의 대화를 녹음한 사실에 대해 정당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무죄로 봤지만, 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외도 증거를 확보하려는 사익이 녹음 행위로 침해되는 통신 비밀의 보호라는 공익 및 사생활의 자유, 인격권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며 "통화 상대방은 외도 상대방이 아니라 아내의 친구였다.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녹음 행위가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한 행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에서와 마찬가지로 A씨가 아내의 카카오톡 대화를 몰래 본 혐의는 유죄, 칫솔에서 락스 냄새가 나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녹음기를 설치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고 했다.
A씨는 2014년 8월 대구 수성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아내 B씨가 잠든 사이 비밀번호를 입력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내가 다른 사람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에는 '늙어서 같이 요양원에 가자', '추석 당일에 연락을 하자'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2019년 6월 12일에는 집 안방에서 휴대전화로 아내가 친구와 전화 통화하는 내용을 녹음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도 받았다.
그러던 2019년 11월 A씨는 건강검진에서 위염과 식도염 진단을 받았고, 칫솔에서 소독제(락스) 냄새가 나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 이에 안방 서랍장 등에 녹음기 및 녹음 기능이 있는 카메라를 설치했고, B씨가 A씨의 칫솔 등에 소독제를 뿌리는 장면을 포착했다.
아내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고 확신한 A씨는 지난해 4월 대구가정법원에 '피해자 보호명령'을 청구했고 아내를 살인미수 혐의로 고소했다.
특수상해미수 혐의로 기소된 아내 B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지난 14일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