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상공간서 명함 주고 받아요"…대구 기업 메타버스 시장 선점 노린다

지역 기업이 만든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대륜중·고교 개교 100주년 기념식 진행
디지엔터테인먼트·맘모식스·푸딩 등 메타버스에 도전장 던진 기업들
대구시 내년 50억원 규모 지원사업 예정…"옥석 가리기 중요"

15일 메타버스에서 개최된 대륜중·고교 개교 100주년 기념식. 학생들이 축하 공연을 펼치는 모습이 실시간 영상으로 송출되고 있다. 푸딩월드 캡처

15일 오전 10시 시작된 대륜중·고교 개교 100주년 기념식은 메타버스와 연계한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개최됐다. 이날 PC를 통해 메타버스에 접속한 100여 명의 참가자는 3D로 구현된 대륜중·고교 교정에서 기념행사가 진행되는 모습을 실시간 영상으로 확인했다.

참가자들의 아바타는 상황에 따라 손을 흔들거나 박수를 치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는 대구 동구 소재 '푸딩'이 개발한 메타버스 플랫폼인 '푸딩월드'에서 이뤄졌다. 이 플랫폼은 별도의 클라이언트를 설치할 필요 없이 웹에서 바로 구동할 수 있으며 화상회의 기능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오는 10월에는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이 푸딩월드 내에 구현될 예정이다. 6월 말부터 지난달 29일까지 대구미술관에서 진행된 특별전과 같은 구성이다.

홍지완 푸딩 대표는 "푸딩월드의 B2C 버전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며 "메타버스 내에 현실의 업무 환경을 옮겨놓은 가상사옥을 짓고 개인과 기업에 분양하는 방식이다. 보다 효율적인 비대면 업무를 지원하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전 세계 강타한 '메타버스 열풍'…대구의 현주소는?

메타버스가 가까운 미래로 성큼 다가왔다. 기업은 물론 대학과 지자체까지 교육·행정·전시 등 다양한 분야에 메타버스를 접목하고 있다. 이에 우수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인프라를 갖춘 대구가 무궁무진한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기술의 총칭이다. AR과 VR 그리고 이를 포괄하는 확장현실(XR) 등이 메타버스 조성에 필수적인 기술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는 전에 없던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성하는 요소인 ▷가상현실 ▷경제성 ▷사회성을 충족한다면 메타버스로 불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광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콘텐츠산업본부장은 "새로운 개념으로 오해받긴 하지만, 메타버스는 본질적으로 시장 경제가 도입된 가상현실에서 사람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며 "이런 관점에서 과거의 '싸이월드'와 같은 서비스도 메타버스적 요소를 가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의 메타버스 산업은 이제 막 태동하는 단계다. 현재 메타버스 산업에 뛰어든 대구 소재 기업은 맘모식스, 푸딩, 디지엔터테인먼트 등 9개사 정도다.

다만 대구는 메타버스 산업이 활성화되기 좋은 제반 환경을 갖춰 그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AR·VR 게임 분야 기업은 모두 151개사다. 매출액과 종사자 수는 2016년 대비 각각 21%, 22% 증가해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광역시 중 가장 큰 성장률을 보이기도 했다. 비수도권 최대 규모의 소프트웨어(SW)산업 집적단지인 대구SW융합클러스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큰 강점으로 꼽힌다.

디지엔터테인먼트가 오는 17일 '2021 사이언스파크 이노페어'의 온라인 전시회 분야에 적용할 메타버스 서비스인 '플레이월드3D'. 디지엔터테인먼트 제공

◆메타버스에 도전한 대구 기업 면면…관광부터 전시회까지

대구 남구에 있는 '디지엔터테인먼트'는 대경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장을 겸직하는 백재성 대표가 이끄는 메타버스 기업이다.

당초 온라인 게임, 증강현실 교육콘텐츠 등에 필요한 가상의 환경을 구성하는 사업을 이어오던 이 회사는 지난 지난해 별도의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메타버스 환경에 접속할 수 있게 하는 '3D 그래픽스 엔진'을 개발하며 메타버스에 뛰어들었다.

메타버스에서 중요한 네트워크 시스템 관련 자체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최대 1만명이 동시접속할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플레이월드3D'를 만들어냈다.

디지엔터테인먼트는 플레이월드3D를 17일 대구시와 경북도가 주최하는 '2021 사이언스파크 이노페어'의 온라인 전시회 분야에 적용할 계획이다. 참가자들은 별도의 앱 설치 없이 PC나 스마트폰으로 180여 개의 회사가 참가하는 메타버스 전시회를 둘러볼 수 있다. 가상공간에 꾸며진 부스를 통해 기업 소개와 제품 시연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참가자들 간에 명함을 교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올해 5월 카카오게임즈 자회사인 '넵튠'에 인수된 '맘모식스'는 한국을 소재로 한 메타버스 관광 서비스인 '갤럭시티: 코리아'를 개발했다. 정식 출시는 올 연말로 예정됐다.

해당 서비스는 한국의 각 도시와 관광지를 가상공간에 구현한 형태로, 이용자들은 다양한 문화 체험을 미니게임 형태로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VR기기로도 접속이 가능하다.

맘모식스는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의 지자체들과 협력해 우수한 국내 관광자원을 글로벌 시장에 널리 알리고 메타버스를 활용한 새로운 관광 문화를 창조할 방침이다.

유철호 맘모식스 대표는 "해외 쇼핑몰과 연계해 올해 말까지 메타버스 내에서도 기념품 등 실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며 "이후 방콕을 무대로 한 메타버스 서비스도 공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대구시도 내년부터 육성책 시동…옥석 가리기가 관건

이처럼 지역의 메타버스 기업들이 저마다의 잠재력을 꽃 피우는 가운데 대구시도 지원 사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광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콘텐츠산업본부장은 "메타버스가 산업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은 필연적인 흐름"이라며 "특히 대구는 VR·AR 등 관련 산업이 잘 발달해 있어 비즈니스를 전환하기도 용이하다.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면 지역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다. 지자체 차원에서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구시는 내년부터 2026년까지 50억원 규모의 '확장현실(XR) 기반 지역 메타버스 육성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기존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메타버스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황윤근 대구시 스마트시티과장은 "지역의 관련 인프라를 발판 삼아 내년부터 스타트업 육성을 중심으로 한 메타버스 활성화 정책을 펼칠 방침"이라며 "뿐만 아니라 기존 ICT 기업을 메타버스 산업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개발이나 전문인력 육성 등도 지원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지역업계는 메타버스 생태계가 성공적으로 구축되기 위해선 '옥석 가리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백재성 대표는 "메타버스에 도전하는 기업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만큼 각자의 잠재력과 기술력을 파악하는 선구안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디지털 아바타를 기반으로 한 단순 엔터테인먼트‧단발성 서비스가 아닌 지속성이 담보된 산업형 메타버스 서비스를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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