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캐디는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난 2월에는 경남 의령 한 골프장에서 경기를 보조하던 캐디가 얼굴에 공을 맞아 전치 4주 부상을 당했다. 캐디 성희롱 사건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골린이'이란 신조어가 유행할 만큼 골프를 즐기는 연령층이 다양해지고 대중화됐지만, 일부 왜곡된 문화 탓에 거리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골프카트 로봇 '헬로캐디'를 만드는 대구 서비스로봇 기업 티티엔지는 캐디가 조금 더 사람답게,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한다. 달서구 티티엔지 공장에서 이배희 대표를 만났다.
-골프와 로봇을 접목할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
▶국내는 대략 500만명이 골프를 즐기고 연간 4천만건 이상의 라운딩이 이뤄지지만, 여전히 접대나 성희롱 등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문화를 바로잡고 골프를 더욱 대중화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AI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로봇을 개발해보자는 결론에 다다랐다.
-골프 선수 출신인가?
▶일부 기사에 잘못 나갔는데 선수 출신은 아니다. 2001년 우연히 골프를 접하고 20년간 골프에 푹 빠져 살았다. 2010년 대구대 골프산업학과에서 골프전문가 과정을 수료하면서 골프산업에 더욱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오랜 시간 골프와 함께하면서 느꼈던 불편함을 개선하고 효율적인 라운딩과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고 싶었던 것이 사업 시작의 계기가 됐다.
-헬로캐디는 사람을 대체하는 개념인가?
▶그렇지 않다. 헬로캐디는 새벽이나 휴일 캐디의 과도한 업무를 보조함으로써 캐디라는 직업이 조금 더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지원한다.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돕고 과도한 노동을 줄여 안전하고 여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다. 기본적으로 골퍼를 추적 주행하며 짐을 들고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은 로봇이 하고 대화 등 인적서비스는 사람이 제공하는 모델이다.
-올해 역점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해외 진출이 예정돼 있다. 이달 29일 미국에 건너가 현지 판매법인과 헬로캐디 납품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중 초도 물량 1천대를 생산해 납품할 것 같다. 해외 시장을 겨냥한 골프 플랫폼 'POPGOLF' 애플리케이션도 출시가 임박했다. POPGOLF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헬로캐디가 골퍼의 라운딩을 분석해 개인별 맞춤형 코스 정보, 예약 등 전반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납품현황은 어떻게 되는가?
▶현재 국내에는 경주 코오롱 골프가든, 고창컨트리클럽, 세이지우드 홍천, 롯데스카이힐 제주 등에 170여 대를 납품했다. 또 킹스데일, 광주 컨트리클럽, 포천 푸른솔 골프클럽 등에 추가 의뢰를 받아 제작 중이다. 이달 현재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120% 이상 성장했다.
-골프카트 로봇 외에 신제품 개발 계획은 있는가?
▶택배 로봇을 시제품 단계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티티엔지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든다. 택배 기사가 집집마다 물건을 배달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 아파트 특정 구역에 배달을 완료하면 택배 로봇이 가정마다 배달하는 개념이다. 야간에는 택배 로봇이 아파트 복도를 돌아다니며 방범 활동을 벌일 수도 있다.
-로봇 테스트필드가 대구로 오는데 소감은?
▶우선 로봇 테스트필드가 대구로 선정되는데 힘쓴 대구시민과 대구시에 감사하다. 테스트필드는 로봇 기술 고도화와 로봇 상용화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 완성도를 높여줄 것이다. 무엇보다 기존 산업용 로봇이 주류인 로봇시장에서 서비스로봇 영역이 커져 인간을 고려한 인문학적인 서비스로봇이 많이 시장이 나오길 기대한다.
-스포츠 분야에서 로봇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스포츠 분야 서비스로봇은 인간의 수명 연장과 여가시간 증가로 급속히 성장할 것이다. 레저 스포츠는 대부분 업무시간 이후 또는 공휴일, 주말에 이뤄지는 특성이 있다. 종사자 입장에선 남들이 쉬는 시간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사람이 일하기 힘든 시간이나 기피하는 서비스를 로봇이 제공하면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로봇 기업을 운영하며 힘든 점은 무엇인가?
▶기술개발과 사업화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스타트업은 누구나 느끼는 어려움일 것 같다. 로봇 관련 투자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뤄졌으면 좋겠다. 로봇 기술이 시장에서 인정받는 제품이 되려면 끝없는 업그레이드와 투자가 필요하다.
-앞으로 어떻게 티티엔지를 이끌어갈 것인가?
▶"될 때까지"라는 말을 좋아한다. 2013년 사업을 시작할 당시 주위 사람들이 '그거 안 돼'란 말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나만의 전략을 갖고 중간에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좋은 제품과 기술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헬로캐디를 만드는 데 꽤 많은 시간과 돈이 들었지만 결국 성공했고 이제 빛을 보고 있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골프 서비스로봇 분야에서 최고의 기업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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