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울리며 세대 간 격차 좁히기'…실천 중심의 격대교육과 노인이해 교육

학교 인근 경로당과 연계해 어르신 접하며 격대교육
노인유사복 체험, 효의 중요성 학습하며 이해 폭 넓혀

얼굴을 맞대다 보면 세대 간 이해와 소통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다. 서대구초등학교 강당에서 이곳 학생들과 학교 인근의 어르신들이 어울려 윷놀이를 즐기는 모습. 대구시교육청 제공
얼굴을 맞대다 보면 세대 간 이해와 소통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다. 서대구초등학교 강당에서 이곳 학생들과 학교 인근의 어르신들이 어울려 윷놀이를 즐기는 모습. 대구시교육청 제공

'요즘 젋은 것들은 버릇이 없어.' 고대 이집트인이 남긴 말이란다. 소크라테스도 이런 얘길 했다는 설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세대 간 이해를 가로막는 벽은 높은 듯하다. 지금도 그런 말들은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이 말이 마치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세대 갈등이란 말을 듣는 게 익숙해진지 오래다.

지금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런 만큼 세대 차는 더 커졌고, 서로를 이해하긴 더 어려워진 모양새다. 갈등의 골도 더 깊어졌다고들 한다. 이런 가운데 세대 간 이해와 소통의 다리를 놓으려는 시도가 있어 눈길을 끈다. 대구시교육청의 격대교육과 노인이해 교육이 그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서 배워요

옛날엔 할아버지가 손자를 끼고 앉아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쳤다고 한다. 이를 '격대교육(隔代敎育)'이라 부른다. '한 세대를 건너 대신해서 가르친다'는 뜻으로 조부모 세대가 손자 세대를 교육하는 걸 이르는 말이다.

시교육청은 2015학년도부터 '1교 1경로당 체험학습'을 운영 중이다. 대가족이 사라진 가운데 세대를 연결, 서로 문화를 이해하고 학생들이 바른 인성을 키울 기회를 주려고 진행하는 일이다. 격대교육을 교육 현장에 적용해보자는 뜻에서 시작한 사업이다.

이 체험학습은 대한노인회 대구시연합회와 업무 협약을 맺고 실시 중이다. 지역 내 30여개 경로당과 연계해 연평균 30여개 학교, 5천500여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해마다 참여 학생과 교사들로부터 90% 이상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시교육청 미래교육과 이소림 장학사는 "조손관계 회복 및 효행교육 실천을 위해 한 학급 또는 동아리 단위의 학생들이 인근의 경로당을 방문해 어른들께 삶의 지혜를 배우고, 공연 등을 통해 함께함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활동을 진행해왔다"며 "다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르신들이 초등학교에 방문하는 형태로 체험학습을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1교 1경로당 체험학습은 '만남-이해-감사' 등 3단계로 진행된다. 만남은 학생과 어르신이 서로 인사를 나누며 얼굴을 익히는 단계. 이해 단계에선 어르신이 들려주는 옛 이야기를 듣거나 함께 전통놀이를 체험하는 활동을 한다. 감사 단계 때는 학생들이 작은 공연을 하거나 어깨 주물러 드리기, 기념사진 찍기 등 행사를 진행한다.

대진초교 4학년 구민우 학생은 "할아버지 선생님께서 가족 관계를 알려 주셔서 이해가 잘 됐다. 함께 윷놀이, 제기차기도 하고 옛이야기를 나누면서 할아버지 세대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며 "코로나19로 경로당에 가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내년에는 꼭 경로당에 가서 공연도 하고 싶다"고 했다.

◆노인의 일상 체험과 효 깨우치기

노인이해 교육에 참여한 대구 용지초등학교 학생이 노인유사복(안경)을 착용한 뒤 책 읽기 체험을 하는 모습. 대구시교육청 제공
노인이해 교육에 참여한 대구 용지초등학교 학생이 노인유사복(안경)을 착용한 뒤 책 읽기 체험을 하는 모습. 대구시교육청 제공

통계청의 장례 인구 추계 자료(2011년)는 2010~2060년 대한민국의 인구 고령화 추세를 살필 수 있는 통계 중 하나. 이에 따르면 1960년대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90대에 접어드는 2060년대에는 전체 인구의 약 40%가 노인이 될 전망이다. 2025년에는 인구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 노인일 거라는 예상도 포함됐다.

출산율은 떨어지고 노인 인구 비율은 느는 추세다. 노인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한 시대라 말하는 이유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노인은 기피 대상화되기 일쑤다. 삶의 지혜를 지닌 '어른'이라며 존경받는 풍토는 찾아보기 어렵다. '꼰대'란 말은 이제 노인을 넘어 중년에게까지 붙는 낙인이 된 형편이다.

사회 갈등 중 세대 간 갈등이 주요 문제로 떠오른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시교육청은 이 같은 갈등을 최소화하고 학생들에게 효(孝)의 가치를 스스로 깨닫게 하기 위해 실천 중심의 노인이해 교육 '찾아가는 효행교육'을 실시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노인이해-노인유사 체험-실천방법 알기'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우선 노인이해는 학생들이 마인드맵을 통해 노인 세대의 신체적, 심리적, 정서적, 사회적 특성을 알아보고 역사 속 인물인 이순신 장군과 율곡 이이 선생 등을 통해 효의 중요성을 배우는 단계다.

노인유사 체험은 학생들이 직접 노인의 체력과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고안된 복장(노인유사복)을 착용하고 지팡이로 보행하기, 생수병 따보기, 책 읽기, 글씨 쓰기 등 노인의 일상을 체험하는 단계. 마지막으로는 가계도 만들기, 조부모 소개 및 자랑거리 발표, 효 실천 방법 찾아보기 등의 활동을 실시한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초연결성과 초지능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도 인성은 가장 중요한 교육적 요소다. 그리고 인성교육 중에서도 가장 근본이 되는 가치·덕목이 효"라며 "효행교육을 토대로 학생들이 전인적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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