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자타공인 '폭로의 달인'으로 통했던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의 중심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 캠프는 물론 제1야당 차원의 공세까지 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고발 사주 의혹을 언론에 제보한 조성은 씨와의 친분과 만난 시점을 이유로 '윤 후보 찍어내기 정치공작'의 몸통이 아니냐는 야당의 공격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선 국회의원 시절 탁월한 정보력과 절묘한 타이밍의 폭로로 정국의 흐름을 돌려놓았던 박 원장이 최근 야당의 공격에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하자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는 평가와 함께 박 원장이 어떤 이유로 대응을 자제하고 있는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박 원장은 윤 후보 측이 "지난달 1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박 원장이 조성은 씨와 만날 당시 제3의 인물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박 원장이 정치공작을 주도했다"고 역공을 펼치자 펄쩍 뛰었다.
박 원장은 13일 동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국정원장이라 (지금) 정치 얘기 안 하니까 그렇지, 나가면 나한테 다 죽는다"고 속을 끓이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에선 야당의 파상공세에도 박 원장이 반격에 나서지 않는 이유로 현직 국가정보원장이라는 점을 꼽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직 정보기관 수장이 야당 대선주자의 의혹제기에 똑같이 의혹제기로 맞받아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자신의 대처방식이 본인이 이끌고 있는 조직에 미칠 영향과 국정 전반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자중자애 모드를 견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인 신분일 때는 정보력이 강점이 될 수 있지만 국가정보원장은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덕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박 원장은 야당의 시비걸기에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박 원장이 조성은이라는 본인이 통제하기 힘든 인사와 의혹에 함께 연루되면서 대응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박 원장 본인이야 폭로와 정치공방에 익숙하지만 조 씨가 어떤 예상치 못한 돌발행동을 할지 몰라 대응에 나서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조 씨는 지난 13일 SBS 인터뷰 중 뉴스버스가 고발사주 의혹을 처음 보도한 지난 2일 날짜에 대해 "우리 (박지원 국정)원장님이 제가 원했던 날짜는 아니다"라고 발언해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치공방 중에는 공격대상 가운데 가장 약한 고리를 치는 것이 기본"이라며 "박 원장이 섣불리 반격에 나설 수 없는 이유는 조 씨를 향한 야당의 공격까지 박 원장이 부담해야 하는 구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치권 일각에선 박 원장이 야당을 스스로 파놓은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 수 접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닥치고 공격'을 유도했다가 결정타로 판을 뒤집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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