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손가정 보살핌 시급] 정보 부족 조부모, 맞춤형 교육지원해야

조손가정 복합적 어려움 지원할 통합 지원체계 미비한 실정
가정위탁제도 혜택 못 누리는 조손가정도 많아
맞춤형 통합 지원체계 구축 및 교육 지원 필요해

30일 오전 0시 10분쯤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한 주택에서 할머니의 잔소리가 심하다는 이유로 고등학생 형제가 70대 친할머니를 흉기로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사건이 발생한 해당 주택 옥상에 교복이 널려 있다. 매일신문 DB
30일 오전 0시 10분쯤 대구 서구 비산동의 한 주택에서 할머니의 잔소리가 심하다는 이유로 고등학생 형제가 70대 친할머니를 흉기로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사건이 발생한 해당 주택 옥상에 교복이 널려 있다. 매일신문 DB

범죄로 이어진 서구의 조손가정 사례(매일신문 8월 31일 자 1면 등)를 계기로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들 가정에는 경제적 문제의 해결뿐만 아니라 심리적 보살핌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조모부의 경우 손자녀 양육과 교육에 있어서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갈등을 예방할 통합 지원체계도 마련돼야 한다.

◆가정위탁제도 등 맞춤형 제도 개선 필요

조손가정에 초점을 둔 중앙정부 차원 지원체계가 부족하다. 한부모가족지원사업이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조손가정에 필요한 저소득층 지원정책은 여성가족부나 보건복지부 등 각 부처별로 흩어져 있다.

그나마 돌봐줄 가족이 없는 아동을 다른 가정에 위탁하는 가정위탁제도가 조손가정 서비스 체계에 가장 근접하는 지원제도다. 가정위탁은 ▷대리양육 가정위탁(친조부모 혹은 외조부모에 의한 양육) ▷친인척 가정위탁(친·외조부모를 제외한 민법 8촌 이내 혈족 등에 의한 양육) ▷일반 가정위탁(아동과 혈연적 관계가 없는 일반가정에 의한 양육)으로 나뉜다. 조손가정은 대리양육 가정위탁으로 분류돼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조손가정 중 가정위탁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16일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시내 조손가정에 사는 19세 미만 인구는 2천890명이다. 이에 비해 현재 대구가정위탁지원센터의 대리양육 위탁가정으로 보호 받는 아동은 132명이다. 전체 조손가정 미성년 인구 중 약 4%에 불과한 숫자다.

이들 위탁가정 아동에게 지급하는 양육보조금도 정부 권고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부터 각 지방자치단체에 아동이 만 7세 미만인 경우 1인당 30만원, 만 7세에서 만 13세 미만은 40만원, 만 13세 이상은 50만 원 이상을 차등 지급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대구시의 '2021년 소년소녀가정 및 가정위탁아동 세부지원내역' 자료에 따르면 대구의 가정위탁 보호 아동에게 지급되는 양육보조금은 연령 구분 없이 1인당 매월 18만 원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규호 대구대 가정복지학과 교수는 "위탁가정으로 선정돼 정부지원을 받기 위해선 법에 제시된 조건 중 '아동양육에 적절한 소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충족하지 못해 지원이 절실한 조손가정들이 되레 가정위탁제도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조부모 중에는 가정위탁제도 자체를 몰라서 신청 자체를 안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고 여러 복합적인 문제를 겪을 수 있는 조손가정들을 위한 맞춤형 지원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희 대구경북연구원 사회디자인연구실 연구위원은 "지역차원의 조손가정에 대한 생활실태조사를 정례화하고 행정부처와 지자체별로 파편화된 서비스 간의 원활한 연계가 가능하도록 서비스 전달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며 "특히 고령의 조부모와 저연령 손자녀로 구성된 조손가정은 복지 제도에 대한 정보 습득 및 접근성, 온라인 신청 등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아동 정서와 미디어 노출 관리도

조손가정 내에서 손자녀가 겪는 불안과 우울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문가들은 손자녀가 겪는 불안과 우울 등에서 비롯될 수 있는 문제들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교육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은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에 발생한 서구의 10대 형제 할머니 살해사건의 주된 원인을 '스마트폰 중독'으로 봤다. 두 형제는 스마트폰 게임과 애니메이션 시청을 많이 해 관련 문제로 상담도 받고 할머니와 자주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노인들은 아이들의 말이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사고의 유연성이 부족하고 청소년 역시 그런 노인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그런 가정의 아동은 조부모와 대화하는 대신 스마트폰 등 미디어를 답답함의 돌파구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중독인 경우가 많다. 이런 중독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자신의 미디어 사용을 막는 사람을 일종의 '적'으로 간주하며 분노 조절을 하지 못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마트폰 중독 등 조손가정 내 아동이 취약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특히 조부모는 청소년인 손자녀 자체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중독에 빠진 손자녀를 어떤 식으로 지도해야 할 지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경향이 있어 이들을 대상으로 사전 교육 등이 강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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