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진 기자의 장비 탐구생활] <22> 퍼팅 부담 줄여주는 국산 '크로스펏' 포뮬러 1.0 퍼터

숏퍼팅에 대한 심리적 압박 두 개의 정렬선으로 극복
크라우드 펀딩 통해 진입장벽 낮춰… 유명 브랜드와 콜라보도 추진 중

크로스펏 포뮬러 1.0 퍼터는 두 개의 얼라인먼트(정렬선)를 갖고 있어 넥 부분에 있는 가늠자 라인과 헤드에 위치한 가늠쇠 라인을 일치시켜 눈 아래 수직선상에 볼이 위치하도록 해 라이와 관계없이 항상 일정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특허 제품이다. 김영진 기자
크로스펏 포뮬러 1.0 퍼터는 두 개의 얼라인먼트(정렬선)를 갖고 있어 넥 부분에 있는 가늠자 라인과 헤드에 위치한 가늠쇠 라인을 일치시켜 눈 아래 수직선상에 볼이 위치하도록 해 라이와 관계없이 항상 일정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특허 제품이다. 김영진 기자

"들어가면 파(Par), 안 들어가면 보기(Bogey)."

많은 골퍼가 3m 이내의 숏퍼팅에 울고 웃는다. 심리적 부담감에 연습매트 위에서는 백발백중 들어가던 거리가 하염없이 멀게만 느껴진다.
이런 부담 탓에 몸에는 힘이 들어가고 평소에는 하지 않던 불필요한 동작이 생겨나 리듬과 템포가 흐트러진다. 이는 프로나 아마추어를 떠나 골프를 즐기는 모두가 갖는 같은 고민일 것이다.

국내 퍼터 제조사인 크로스펏(Crossputt)은 이런 불필요한 실수를 줄이고 일관성 있는 퍼팅을 하도록 어드레스와 에이밍을 잡아주는 신개념 퍼터를 출시했다.

◆야심작 '포뮬러(FORMULA) 1.0' 말렛 퍼터
레이싱 자동차를 모티브로 제작된 말렛 퍼터 '포뮬러(FORMULA) 1.0' 모델은 크로스펏의 야심작 중 하나다.

포뮬러 1.0 퍼터는 크로스펏 제품의 특징을 모두 갖춘 제품으로 두 개의 얼라인먼트(정렬선)를 갖고 있다. 저격수가 목표를 조준하듯 넥 부분에 있는 가늠자 라인과 헤드에 위치한 가늠쇠 라인을 일치시켜 눈 아래 수직선상에 볼이 위치하도록 해 교과서 같은 퍼팅 자세를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두 선만 일직선으로 맞추면 어떤 라이에서도 항상 동일한 자세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주말 골퍼들에게 정말 유용한 기술로 생각됐다. 실제로 일명 '백돌이'(핸디캡 98 이상)라 불리는 주변 골퍼들에게 사용하도록 했을 때 평소보다 5타 이상 스코어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사용자 대부분은 익숙치 않은 퍼터여서 거리감 조절에 실수가 있었을 뿐 방향성과 안정성 측면에선 아주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크로스펏 포뮬러 퍼터를 사용해보며 느낀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퍼터의 마감이 굉장히 훌륭했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국산 골프 브랜드와 다르게 크로스펏 제품은 모두 국내에서 제작해 조립된 데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이라 생각한다.

사용자의 편의성을 위한 자석타입의 퍼터 커버를 기본으로 퍼터 그립의 굵기와 길이는 한국인의 체형에 꼭 맞게 제작된 듯 편의성과 실용성을 겸비했다. 그립부터 헤드까지 이어지는 올 블랙의 색감은 아주 훌륭했다. 화려한 색상을 좋아하는 이들을 위한 오렌지색의 모델도 발매돼 선택의 폭도 넓은 듯 했다.

크로스펏 포뮬러(FORMULA) 1.0 퍼터는 F1 포뮬러 자동차의 윙 스포일러 디자인을 퍼터에 채용했는데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초보들도 쉽게 볼을 회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김영진 기자
크로스펏 포뮬러(FORMULA) 1.0 퍼터는 F1 포뮬러 자동차의 윙 스포일러 디자인을 퍼터에 채용했는데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초보들도 쉽게 볼을 회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김영진 기자

헤드의 디자인은 F1 포뮬러 자동차의 전매특허인 윙 타입 스포일러를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처음 퍼터를 사용하면서 윙 타입 스포일러의 기능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골프공을 회수할 때 매우 유용했다. 윙 부분을 이용해 바닥을 긁으면 저절로 빈 공간에 골프공이 갇혀 쉽게 회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헤드 형태도 기존 L자형 퍼터와 다르게 헤드와 넥이 삼각형 구조로 안정적이고 어드레스가 쉽도록 했다. 이 구조는 편안한 어드레스를 하게 하는 센터 퍼터의 장점과 넥 퍼터의 부드러운 타구감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듯 보였다.

최근 유행하는 삼각형 넥 형태의 테일러메이드 트러스 퍼터와 비슷하게 무게 밸런스를 헤드 중심 아래쪽에 둬 관성 모멘트는 증가시키고 스위스스팟이 확정되는 기능성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크로스펏의 이런 기능성은 국내는 물론 미국과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도 특허로 출원했을 정도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런 장점에도 크로스펏 퍼터의 대중화 실현과 인지도 상승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가격적인 측면도 있다. 국내 생산으로 높은 질을 제공하고 있지만, 생산 단가마저 높아진 것이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포뮬러 1.0 퍼터의 가격은 59만원으로 유명 퍼터와 가격과 비슷하거나 좀 더 비싼 수준이다. 최근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해 신제품을 좀 더 저렴하게 공급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지만, 여전히 부담되는 가격인 것은 사실이다.

다만, 퍼터의 특성상 드라이버나 아이언처럼 심한 마모나 파손이 발생하는 골프채가 아니기 때문에 방향성과 어드레스에 문제를 겪는 골퍼라면 한 번쯤은 투자할 가치는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단점도 장점으로 승화하는 빠른 개선과 트렌드 도입

포뮬러 퍼터를 사용하며 살짝 아쉬운 점도 있었다. 헤드부터 그립까지 모두 검은색은 눈부심 감소와 중후한 멋을 제공했지만, 다른 클럽과 부딪히자 필연적으로 샤프트 팁 부위에 상처가 나는 도색이 벗겨지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론 샤프트 도색의 강도가 타 브랜드보다 훨씬 내구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었지만, 직접적인 충격에도 견딜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크로스펏 포뮬러(FORMULA) 1.0 말렛 퍼터는 무광 검은색으로 눈부심을 감소시켰고 말렛퍼터이지만 날렵함과 독특한 디자인으로 동반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매력을 갖췄다. 김영진 기자
국내에서 생산되는 크로스펏 포뮬러(FORMULA) 1.0 말렛 퍼터는 무광 검은색으로 눈부심을 감소시켰고 말렛퍼터이지만 날렵함과 독특한 디자인으로 동반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매력을 갖췄다. 김영진 기자

국내 골프장의 특성상 캐디의 편의를 위해 카트 뒤 수납공간에서 동반자들의 퍼터와 내 퍼터가 뒤 섞이다 보면 의도치 않게 샤프트에 상처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헤드는 커버로 보호할 수 있지만, 샤프트는 노출될 수밖에 없어서다.

기자는 이런 문제를 크로스펏에 전달했고 결과는 놀라웠다. 이미 크로스펏 측에서는 자체 테스트를 통해 해당 문제를 파악하고 있었고 작은 결함도 줄이고자 신제품 부터는 샤프트 자체를 교체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PGA 등 해외에서 기능성이 입증되고 있는 그라파이트 퍼터 샤프트를 국내서 제작해 적용했다고 크로스펏 측은 설명했다.

미국 골프브랜드 PXG도 최근에 들어서야 퍼터 샤프트 도색 벗겨짐 문제로 신품에는 은색의 스틸 샤프트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반해 국내 퍼터 제조사가 글로벌한 골프 트렌드와 공격적 개발과 투자를 한다는 것 자체가 대견하고 놀라웠다.

그라파이트 퍼터 샤프트는 기존 스틸 샤프트 이상의 균일한 강도를 제공하면서 다양한 색을 적용할 수 있어 골퍼들의 요구에 따라 더욱 다양한 퍼터가 탄생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박충열 크로스펏 대표는 "스틸 샤프트에 칠을 하는 작업은 국내를 중심으로 유행을 시작했는데 이 기술은 자동차 업계에서도 내구성 문제 등으로 상용화를 못 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에는 그라파이트 원단의 소재가 많이 개발돼 퍼터가 요구하는 무게와 강도를 맞출 수 있게 돼 샤프트와 헤드를 전부 한국에서 만들고 있다"고 했다.

◆국산 제품으로 해외시장 공략 중

크로스펏은 최근 크라우드 펀딩인 와디즈에서 단색의 화려한 색감과 디자인을 자랑하는 신제품을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 시장의 큰 인기 덕에 일본 한 크라우드 펀딩회사에서도 크로스펏 제품의 현지 펀딩을 제안해와 현재 관련 협약이 추진되고 있다.

또 지난 2018년부터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리는 'PGA Merchandise Show'에 해마다 참가하고 있다. 미국 올랜도 골프용품 박람회는 80여 개국 1천200여 개 업체가 참가하는 업계 최대 규모의 국제 골프 비즈니스 행사다.

크로스펏 퍼터는 헤드 형태도 기존 L자형 퍼터와 다르게 헤드와 넥이 삼각형 구조로 안정적이고 어드레스가 쉽도록 한 것이 장점이다. 김영진 기자
크로스펏 퍼터는 헤드 형태도 기존 L자형 퍼터와 다르게 헤드와 넥이 삼각형 구조로 안정적이고 어드레스가 쉽도록 한 것이 장점이다. 김영진 기자

크로스펏 퍼터는 골프용품 선진국으로 통하는 일본시장 내 반응이 가장 좋은 편이다. 일본 아마존에서 현재 포뮬러 등 크로스펏 대표 제품들이 판매가 진행되고 있다. 화려한 디자인의 제품을 선호하는 일본 골퍼들 사이에서는 크로스펏 퍼터가 개인의 개성을 살려주는 중요한 아이템으로 통한다. 아울러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와 업무협약을 통한 판매망 구축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크로스펏은 유명 브랜드와 콜라보 한 제품 출시도 추진 중이다. 현재 해당 브랜드 등은 비공개로 추진되고 있지만, 신규 브랜드가 나오면 인지도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충열 크로스펏 대표는 "앞으로의 목표는 국내에서 기획, 디자인, 설계, 제조를 한 제품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해 인지도를 얻어 나가는 것"이라며 "현재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신규사업 추진으로 국내 마케팅에 공격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이는 점차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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