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편-비극 되풀이 막으려면] 촘촘한 특수교육과 검사 민감도 높이기

우리나라, 특히 대구는 특수교육대상자 비율 낮은 편…
정서행동·학습장애도 특수교육 필요하단 인식 확산돼야
정서행동검사 민감도↑, 꼼꼼한 결과 분석 및 학부모 협조도 필요해

27일 대구 청각장애인 특수학교인 영화학교에서 초등학교 1학년 1반 신혜정 선생님이 투명마스크인
27일 대구 청각장애인 특수학교인 영화학교에서 초등학교 1학년 1반 신혜정 선생님이 투명마스크인 '립뷰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서구 10대 형제 살인사건 이후 특수교육대상자 지정과 관리를 내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도 특수교육이 필요한 대상이라는 인식의 변화와 정서적 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 정서행동검사의 실효성 강화 등을 주장한다.

◆낮은 특수교육 학생 비율…문턱 낮춰야

대구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 특수교육 학생 비율이 낮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대구의 초·중·고교 특수학급 학생 수는 1천915명이다. 이는 학생 1천명당 7.7명인 수준으로, 전국 평균인 9.3명에 못 미친다.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전국 광역시·도(세종 제외) 중 서울(7.3명)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전남(13.0명)과 충남(12.7명) 등은 대구보다 월등히 많다.

전문가들은 대구는 물론 우리나라 특수교육 비율이 다른 선진국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학습장애와 정서행동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의 유형 경우 다른 나라보다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되는 비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특수교육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중증 장애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교 적응에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도 특수교육대상에 더 많이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대구의 올해 유치원 및 초·중·고교 특수교육 대상자 중 정서장애는 1.8%, 학습장애는 0.9%에 그치는 수준이다. 지적장애와 발달장애, 지체 장애, 자폐성 장애 등 눈에 드러나는 장애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홍정숙 대구대학교 특수교육과 교수는 "2020년 교육부 발간 특수교육연차보고서에 따르면 4월 기준 우리나라의 유· 초· 중· 고 전체 학생 수 대비 특수교육대상자 비율은 1.6%에 그친다. 이는 사회문화적인 배경, 특수교육제도가 가장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일본의 특수교육대상자 비율(약 4%)보다 훨씬 낮은 수치"라며 "일본은 2007년부터 ADHD를 교육 대상에 포함해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특수교육을 내실화했다"고 했다.

홍 교수는 또 "우리나라는 특수교육대상자 선정에 있어 인지 능력을 중요한 기준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 정서행동장애 학생이 특수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도 엄연히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이라는 인식이 교육계 전반에 확대돼야 하고, 학교 차원에서 이런 학생들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심한 학생 검사와 전문기관 연계

특수교육 대상을 가려내는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에 대해선 오염된 검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검사의 민감도를 높이고, 현장 교사들의 세심한 분석이 요구된다. 또한 전문가들은 검사 후 전문기관으로 연계되는 과정에서 학부모의 협조적인 태도 역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는 교육부 주관으로 전국의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 중·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3년마다 이뤄진다. 2012년부터 전국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검사 시작 후 9년이 지났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반복적으로 검사가 이뤄지다 보니 '검사 오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검사가 '무엇을', '어떻게' 측정하는지 알려져 피검사자를 대상으로 정확한 검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검사는 2년 전 한차례 개정 작업을 거쳤다. 하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고, 최근까지 실효성 논란이 이어져왔다.

서완석 영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서행동특성검사는 학생의 정서와 행동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본 검사지만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무선반응 비일관성(문항의 내용을 제대로 읽지 않고 응답해 일관성이 없는 경향) 혹은 고정반응 비일관성(문항 내용과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문항 모두에 '그렇다' 또는 '아니다'라고 반응하는 경향)을 보이는 학생들을 걸러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사 결과 분석을 담당하는 보건교사와 담임교사 자체가 정서행동검사에 회의를 느껴 분석을 대충하는 경우도 일부 있다. 검사 결과를 분석할 때 현장 실무자들이 보다 세밀하게 분석해 비일관성을 보이는 학생들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로 인해 위험군의 학생 중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보다 검사의 민감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학부모의 협조가 검사가 제대로 진행되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1차 검사 후 관심군으로 선정된 아이들은 학부모의 동의가 필요한 2차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학부모의 협조가 잘 안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학부모들 사이에서 여전히 정서·학습장애 등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점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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