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부, 백신 접종 기준 단축하면서 자동 예약 프로그램은 기존 6주·8주 그대로

일선 병의원 "가뜩이나 빗발치는 전화에 힘든데 업무 몇 배 더 가중" 불만
직접 예약 변경해야 하는 시민들 불편도 커

청장년층(18~49세)에 대한 백신접종이 시작된 26일 대구 수성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접종 내역을 등록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청장년층(18~49세)에 대한 백신접종이 시작된 26일 대구 수성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접종 내역을 등록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정부가 17일부터 코로나19 백신 1·2차 접종간격을 대폭 단축하고 기존 1차만 가능했던 잔여백신 접종을 1·2차 모두 가능하도록 하면서 일선 병의원과 시민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자동예약 프로그램은 수정하지 않은 채 그대로여서 시민들은 일일이 병의원으로 문의하거나 잔여백신을 클릭해 접종 날짜를 당기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은 16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기존 1차 접종 후 5~6주 후 가능하도록 했던 모더나·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 간격을 화이자 3주, 모더나 4주로 당긴다고 밝혔다. 기존 8~12주였던 아스트라제네카(이하 AZ) 백신 역시 4주로 접종 간격이 단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그동안 1차 접종만 예약 및 접종이 가능했던 SNS 당일신속 예약서비스 또는 의료기관별 예비명단을 활용해 잔여백신을 2차 접종도 가능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1차 접종 기관에서만 2차 접종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다른 곳에서도 2차 접종이 가능하다.

문제는 1차 접종 후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 예약되는 2차 접종일은 화이자·모더나 6주, AZ 8주 그대로여서 2차 접종을 앞둔 시민들은 일일이 병의원이나 예방접종센터, 보건소 등으로 전화 연락해 일정을 바꾸는 방법 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당장 16일 오전 이같은 소식이 발표되자마자 일선 병의원은 빗발치는 전화에 아예 업무가 마비됐다.

A내과 원장은 "원래도 2차 접종일이나 시간 변경 요청 등으로 하루에 수십통의 전화가 걸려오는데, 이날 오전 정부 발표 후에는 아예 전화 수화기를 내려놓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면서 "접종기간 단축 방침을 정했다면 예약프로그램을 수정해 자동 변경되도록 했다면 병의원도 시민들도 모두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됐을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B이비인후과 간호사는 "정부가 일선 현장에서의 혼란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 너무 화가 난다"면서 "지난주 동료 간호사 한 명이 일을 그만뒀는데, 나 역시 이제 정말 그만하고 싶다. 매일이 전쟁터인 직장에서 버티기가 너무 힘겹다"고 했다.

시민들도 불만이긴 마찬가지다.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자녀를 둔 C(43)씨는 "최근 학교나 학원 감염사례가 많아 하루라도 빨리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싶어 뉴스를 보자마자 병원으로 수십번 전화를 걸어봤지만 통화가 아예 불가능했다"면서 "자동 예약 날짜까지는 아직 4주나 더 기다려야 하는데 17일부터는 잔여백신 잡기가 더더욱 하늘의 별따기가 될 판국이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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