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한국 경제에 도전 정신 일깨운 포스코 포항 1고로 은퇴

전 세계에서 최장 기간 조업 중인 포스코 포항 1고로가 올해 은퇴할 예정이다. 1973년 6월 첫 쇳물을 쏟아낸 것을 시작으로 50년 가까이 쇳물을 생산하고 있는 국내 최장수 고로(高爐·용광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포항 1고로가 생산한 쇳물은 5천만t이 넘어 타이타닉호를 1천 척 이상 건조할 수 있는 양에 달한다. 1고로를 시작으로 현재 9개로 늘어난 포스코 고로는 한국 제철산업과 중공업의 젖줄 역할을 하고 있다.

포항 1고로는 한국 경제 성장의 상징과 같은 존재다. 포항 1고로에 우리 경제의 태동과 앞선 세대들의 땀과 눈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대일(對日) 청구권 자금으로 1고로 건설에 나섰던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조상의 핏값으로 짓는 제철소 건설에 실패하면 조상에게 죄를 짓는 것이니 목숨 걸고 일해야 한다. 실패하면 우리 모두 우향우 해서 영일만 바다에 빠져 죽어야 한다"고 했다. 1고로에서 생산된 쇳물은 대한민국 중공업의 토대가 됐다. 자동차산업, 건설업, 기계공업 등이 성장하는 밑바탕이 됐다.

포항 1고로 은퇴를 계기로 반도체 외에 뚜렷한 미래 먹을거리를 찾지 못한 우리 경제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더 큰 우려는 1고로를 만든 앞선 세대들의 '우향우 정신'과 같은 도전 정신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가 지도자와 기업인, 국민이 혼연일체가 돼 경제 발전에 힘을 쏟는 모습도 사라졌다. 빵을 크게 키울 노력은 하지 않고 쪼그라든 빵을 나누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우리 경제에 희망이 있는가란 탄식이 절로 나온다.

포스코 임직원들은 포항 1고로가 첫 쇳물을 쏟아낼 때 만세를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 모두가 불가능하다던 제철소 건설에 성공했기에 그 감격이 각별했을 것이다. 첫해 매출 1억 달러에 순이익 1천200만 달러를 달성해 가동 첫해부터 이익을 낸 유일한 제철소가 됐다. '영일만의 기적' 신화를 남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포항 1고로는 도전 정신이 사라진 우리 경제에 웅숭깊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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