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압박감에 불안해서 도저히 집에 있을 수 없어요. 그러니 차례만 지내고 출근할 수밖에 없죠."
"지난 10여 년간 제 인생에 벌초, 추석, 가을 이 세 단어가 없었다고 보면 됩니다."
국회 경력 10년 이상인 대구경북 출신 두 국회 보좌관의 말이다. 서로 다른 의원실에 근무했고, 지금도 각자의 일을 하지만 이들의 마음은 같다. 정기국회의 '꽃'이라 불리는 국정감사가 매년 10월에 열리는 터라 매년 추석이 가시방석이기 때문이다.
올 추석 연휴에도 국회 의원회관의 불은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산세 여파로 많은 사람이 고향 방문을 하지 않는 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매년 국정감사에선 피감기관의 부실과 부조리 등을 찾아내 언론에 주목받는 '스타' 의원이 나온다. 반대로 국정감사 성적표가 보좌진 '살생부'가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다수 보좌진들은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템 발굴', 피감기관으로부터 자료 수집'발췌, 의원의 '촌철살인' 발언을 위한 질의서 작성까지 모든 단계에 부담을 느낀다. 이렇다 보니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체로 추석 당일만 쉬거나, 명절 당일까지 쉬고 이튿날부터 국정감사를 대비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국민의힘 한 보좌진은 "연휴에 나와서 일하라고 강요하는 의원, 보좌관은 없다. 하지만 국정감사 결과는 결국 보좌진 본인의 성과이다"며 "담당 피감기관 업무를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자료요청과 질의서 작성까지 하려면 추석 연휴에 쉬는 건 어림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향이 지방인 사람들을 위해 되도록 배려하지만 서류를 집으로 싸 가서 질의서를 쓰겠다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보좌진은 "여당이라고 국정감사 준비가 마냥 쉬운 것은 아니지만 야당과는 분명한 준비의 온도 차가 있다"면서 "피감기관에서 요청한 자료를 주지 않거나, 아이템 자체를 찾기 어려운 피감기관이 있다.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니 추석 연휴가 피 말리는 시간이고, '플랜 B'를 준비하느라 연휴 일부를 반납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연휴 기간에도 매일 한 건씩 국정감사 준비 자료가 언론에 노출되도록 '이메일 발송 예약'까지 준비하는 의원실도 있다.
국회의 풍경이 이렇다 보니 '웃픈' 상황도 연출된다. 최근 윤희숙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자동으로 의원실 보좌진들이 면직됐다. 추석연휴 직전에 생계수단을 잃은 것이다. 이 같은 씁쓸한 상황에도 국회 경력 5년 차라는 윤 전 의원실 소속이었던 대구 출신의 보좌진은 "5년 만에 찾아온 안식월"이라면서 "다행히 올 추석은 마음 편히 고향도 가고,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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