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더해진 신조어다. 코로나19가 확산해 대외 활동이 제한되면서 사회적 고립감이 증대돼 불안, 무기력증, 우울감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들도 코로나 블루에 노출돼 있다고 한다. 청소년 5명 중 1명이 이 증상을 겪고 있다는 통계(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연구)도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학업 결손, 학력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는 말은 많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학생들의 정서적, 심리적 상처다. 대면 활동에 제한을 받으면서 생긴 고립감, 감염 우려 등으로 인한 정신적 불안감과 우울감을 완화하거나 해소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대구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생활 속 마음돌봄' 사업도 그런 활동 중 하나다. 이 사업은 각 학교 특성에 맞춰 다양하게 운영 중이다.
◆놀이로 마음 챙기는 용계초교
지난 4월 용계초등학교는 인성교육 실천 주간 동안 '다양한 알아차림 활동'을 펼쳤다. 첫 발을 내디딘 건 전교회장단이 준비한 '오늘부터 1일! 좋은 습관 찾기' 캠페인. 학생들은 등굣길에 평소 습관을 살펴본 뒤 바꾸고 싶은 습관을 적으며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다.
알아차림 활동은 도서관에서도 진행됐다. 학생들은 평소 자신의 언어 생활을 돌아보고 자신이 읽은 책에서 바르고 고운 말, 친구들과 함께 쓰고 싶은 말을 찾아 적으며 바른 언어를 사용하겠다고 다짐하는 활동이었다.

마음정원 가꾸기는 '내 마음이 원하는 말'을 찾아 '인성 바람개비'에 표현해보는 활동. 교문 옆 통학로에 이 바람개비들을 꽂았다. 아름다운 말들이 바람을 타고 온 학교에 퍼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담은 것이었다.
특히 눈길을 끈 활동은 '마음챙김 놀이'. 놀이를 통해 마음을 한곳에 집중하고 감정을 알아차리는, 일종의 놀이 명상이다. 저학년은 스노우볼, 컵, 풍선, 공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건을 활용했고 고학년은 싱잉볼을 이용해 명상 체험활동을 진행했다. 노래하는 그릇(singing bowl)으로 알려진 싱잉볼은 히말라야 지역에서 쓰이는 명상 도구다.
이 같은 활동은 학생들이 자신을 오롯이 들여다보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었다. 마음과 몸의 감각을 알아차리고, 그 생각을 현재로 가져오는 연습을 하면서 마음을 챙긴다는 것이다.
용계초교 박영애 교장은 "학생들이 마음챙김 명상 활동을 통해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을 배우고, 이 마음을 다른 사람과 나누면서 따뜻한 인성을 품고 자라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인성 중점 교육활동으로 학생들이 인성을 가꿔 나가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자신을 보듬고 응원하는 황금중, 동원중
황금중학교는 학기말 하루 동안 시교육청이 제공한 영상을 활용, 마음챙김 명상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명상데이'를 운영했다. 주제는 '나를 사랑하고 보듬자'. 학생들이 학교, 학원을 오가느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부족하다는 생각에 마련한 과정이다.
학생들은 '나에 대한 사랑의 명상' '감정 확인하기 명상' 등으로 프로그램에 발을 디뎠다. 이어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는 명상을 한 뒤 동화책 '이게 정말 나일까?', '아홉 살 마음 사전' 영상을 보면서 내면을 채우는 감정을 인지해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황금중 황윤백 교장은 "마음챙김 명상을 생활지도 방법 중 하나로도 활용한다. 학교생활 규정을 어긴 학생들이 명상을 하고 그림책을 읽은 뒤 활동지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해보게 하는 것"이라며 "이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들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연습을 하게 된다. 잘못한 점에 대한 반성의 깊이도 달라진다"고 했다.

동원중학교는 마음챙김 명상 활동을 통해 '세 움(내면 키움, 마음 나눔, 행복 채움)'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지난 5월부터 매주 2회 아침 마음챙김 명상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인성체험 활동으로 '다도와 명상'을 실시하고, '감정 알아차리기'와 '자연 관찰 명상'도 운영했다.
교과 연계 마음챙김 프로그램 '나를 응원해요!'는 지난 7월 2주 동안 전교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과정. 학기말 1학년 국어, 2학년 한문, 3학년 미술 시간에 명상을 한 뒤 '수고했어', '너의 꿈을 응원해' 등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응원 문구를 넣어 텀블러를 제작했다.
동원중 박준용 교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많이 혼란스러울 학생들이 자신의 내면을 살피는 기회를 가지면서 감정을 조절하고 자신과 타인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아침 명상으로 하루 시작하는 와룡고
와룡고등학교 각 학급에선 주 2회 명상으로 하루를 연다. 오전 류시화 시인의 '마음챙김의 시'가 차분한 음색을 타고 잔잔한 음악과 함께 교내 방송을 통해 흘러 나온다. 1, 2학년 도우미 학생 30여명으로 구성된 인성교육 실천지원단이 낭송, 녹음한 것이다. 이에 맞춰 학생들은 조용히 눈을 감고 마음을 다스린다.
와룡고가 운영 중인 대표적 마음챙김 프로그램 '10분 마음챙김 시 낭송'과 '명상의 시간' 운영 모습이다. 이곳은 다음달 '마음챙김의 날'을 정해 운영해볼 계획도 갖고 있다. 학생, 교사가 좀 더 깊이 있게 내면을 들여다 보려는 시도다.

'함께 천천히 가는 인성중점 교실'은 텃밭을 활용한 프로그램. 교실 앞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아기자기한 텃밭을 꾸몄다. 학생과 교사가 계절에 맞춰 상추, 오이 등을 심고 가꾸는 공간이다. 자연과 호흡하면서 마음을 가다듬는 과정이다.
와룡고 정강욱 교감은 "본디 마음챙김이라는 건 어떤 것을 판단하지 않고 온전히 주의를 모으고 집중하는 것"이라며 "텃밭에서 작물이 잘 자라도록 풀을 뽑고, 물을 주고, 퇴비를 주는 일에만 정신을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마음챙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생명의 가치도 깨달을 수 있는 과정"이라고 했다.
지난 3월엔 '마음챙김 인성 매니페스토 만들기 프로젝트'를 실시하기도 했다. 매니페스토는 새로운 미래를 위한 구체적 약속을 공개적 방식으로 책임 있게 선언한다는 뜻. 프로젝트명에 걸맞게 학급별로 매니페스토를 정해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와룡고 이상훈 교장은 "고교는 진로·진학을 위해 열중하는 시기여서 이에 따른 학업 스트레스 등이 극심하다. 그래서 인성교육이 더욱 필요한 때"라며 "이 같은 마음챙김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힘든 학교생활 가운데서도 자신을 돌보면서 치유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도움말=황금중 정선주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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