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추석 밑 선물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내년도 예산을 세우기로 했답니다!"

추석 밑 선물 같은 전화였다. 지금까지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대구의 독립운동가 윤상태(1882~1942)를 기리기 위한 행사 예산 일부를 대구 달서구청이 2022년 마련하기로 했다는 달서구의회 박왕규 의원의 전언이었다. 마침 내년 윤상태의 출생 140주년과 서거 80주년을 맞아 월배 상인동 출신인 그의 삶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윤상태는 일제 침탈에 맞서 군수 자리를 버리고 사재로 경북 고령과 대구 월배에서 학교를 세워 민족정신을 일깨우는 활동을 벌였다. 또 일제 무단통치가 극성인 1910년대의 한복판인 1915년 대구 앞산 안일암에서 비밀결사인 조선국권회복단을 조직해 통령(統領)을 맡은 인물이다. 경남의 3·1만세운동을 지원하는 등 끝까지 변절하지 않고 버티던 그는 61년의 삶을 마쳤다.

그동안 대구는 그를 잊었지만 그의 삶을 찾아 자료를 모으던 달서 주민 이국성 향토연구가와 박왕규 의원이 뜻을 모아 지난달 처음으로 공식 정책 토론회를 열면서 달서구청도 겨우 관심을 갖기 시작한 모양이다. 이는 박 의원이 구정 질문을 통해 앞산 달비골의 독립 모의 장소였던 윤상태의 별서인 첨운재(송석헌)에서 안일암까지 결성일(음력 1월 15일) 때 (디지털) 횃불 행진 제안 등으로 관심을 촉구한 결과였다.

이런 추석 밑 소식이 반가웠던 까닭은, 지난달 대구경북연구원이 1915년 대구 달성공원에서 결성된 (대한)광복회를 조명하는 안내서(『광복회, 독립전쟁을 이끌다』)를 발간하면서 가진 학술 행사에서 독립운동 연구자들이 쏟아낸 안타까운 목소리가 떠오른 때문이기도 했다.

광복회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충남대 충청문화연구소 이성우 연구원은 "대구는 젊은이에게는 '김광석거리', 나이 든 사람에게는 '진골목' 정도만 떠오른다"고 꼬집었다. 부산 출신 이동언 전 독립기념관 연구원 역시 "대구 사람은 대구의 독립운동 등 역사 자산을 너무 모르고 소홀히 하는 것 같다"면서 공감했다. 두 연구자는 대구의 다양한 독립운동을 비롯한 역사 자산을 사례를 들어 길게 설명했다.

밖에서는 잘 보이는 역사 자산을 안에서는 보지 못하는 답답한 터에 들은 박 의원의 전언이 어떤 추석 선물보다 반가웠노라고 하면 지나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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