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탈원전 하면서 원전 수출하겠다는 이중성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슬로베니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원전 협력에 대해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슬로베니아가 추진 중인 신규 원전 건설 사업과 크르슈코 원전 1호기 설비 개선 사업에 같은 종류를 운영하고 있는 우수한 한국 기업이 참여해 양국 원전 협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해외 원전 사업에 공동 진출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슬로베니아 원전 건설에 참여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8년 체코 대통령을 만나서도 "한국 원전은 40년간 사고가 한 건도 없었다"며 원전 세일즈를 했다.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하면서 해외에 원전 수출을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모순적인 언행은 혼란스럽다. 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으로 7천억 원을 들여 수리한 월성 1호기는 조기 폐쇄됐고, 신한울 원전 3·4호기를 포함해 신규 원전 6기 건설이 중단됐다. 탈원전으로 원전 산업 생태계가 망가졌는데도 탈원전을 고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에 나가서는 한국 원전 우수성을 자랑하며 원전 수출을 하겠다고 야단이다. 이율배반적이란 말이 안 나올 수 없다.

문 대통령 말처럼 한국 원전은 기술·가격 경쟁력에서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탈원전 정책이 아니라면 원전 수출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을 것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해외 원전 수출이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것은 탈원전이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다. 자기 나라에서는 원전이 위험해서 안 짓겠다고 하면서, 해외에 원전 수출을 하려는 이중적 행태에 어느 나라가 한국 원전을 구매하려고 하겠나.

원전에 대해 앞뒤가 맞는 언행을 해야 다른 나라들이 한국에 대해 진정성을 가질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문 대통령의 원전 수출 언급은 공허할 뿐이다. 바라카 원전은 60년간 70조 원 이상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추산된다. 탈원전 정책 탓에 천문학적 규모의 국익을 획득할 기회를 날려 버리는 것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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