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자아 성찰

최민우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최민우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최민우 수성아트피아 공연기획팀장

오래 전부터 가톨릭 집안인 외가의 영향으로 모태신앙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가톨릭신자인 것을 후회한 적도, 다른 종교를 선택하려 한 적도 없다. 주일마다 교중미사에 참례하며 신자의 기본 의무를 지키고 있다.

가톨릭 7대 성사 중 고해성사가 있다. 고해성사는 자아 성찰 후 지은 죄를 생각, 뉘우침, 같은 죄를 반복하지 않도록 결심, 죄를 고백한 후 보속을 받고 실천하는 단계로 이어진다.

요즘 들어 고해소에 들어가는 것이 어렵다. '신부님이 목소리를 알고 있을 텐데?', '고백한 죄를 기억하시면 어떡하지?'라는 혼자만의 생각 때문이다. 신부님은 일주일에 수십 명, 또는 그 이상 신자들의 고해를 받는다. 고해소에서 고백하는 내용을 기억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지만, 고해소에 혼자 들어가 죄를 고백하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일 년에 두 번, 부활과 성탄 시기 판공성사 표가 나올 때만 고해소에 들어가고 있다.

고해소에 들어가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스스로 자아 성찰을 하려고 노력한다.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오늘 있었던 일을 되새기며 상대에게 상처를 주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았는지, 다른 사람을 욕하지 않았는지 등을 떠올려본다. 특히 주일 교중미사의 고백기도 전 짧은 침묵 시간에는 한 주 동안 잘못했던 일들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보며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가지다 보면 가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가정에서는 본연의 모습이라면 사회에서는 맡은 역할과 위치, 또는 상황에 따라 가면을 바꿔 쓰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여러 역할이 요구되는 현대사회 속에서 사회 환경에 반응하며 생긴 멀티 페르소나 즉, 여러 개의 가면을 가지게 된 것이다. 다만 거짓된 가면이나 강한척, 잘난척, 아는척 등 남들에게 우월해 보이기 위해 과대 포장된 가면을 쓰지 않았는지 성찰해본다.

기원전 13세기에 기록된 십계명, 소크라테스가 남긴 "너 자신을 알라" 등 인간의 삶을 위해 이어져 오고 있는 역사적 메시지, 그리고 이기적이고 욕심과 탐욕이 가득 찬 모습을 담은 우리말 속담처럼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본성, 세상 살아가는 모습이 같다는 걸 알 수 있다.

미국 달러 화폐 최고액권 100달러에 초상화가 들어가 있는 벤자민 프랭클린은 정치, 외교, 과학, 교육 등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철저한 자기 관리, 자기 계발로 많은 이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그는 자아 성찰을 위해 '절제, 침묵, 질서, 결단, 절약, 근면, 성실, 정의, 중용, 청결, 평정, 순결, 겸손' 13가지 덕목을 정하고 매주 한 가지 덕목을 실천하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자아 성찰은 누군가가 대신할 수 없다. 언행을 들여다보고,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려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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