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채 유엔 총회에 참석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 19일 뉴욕 맨해튼 남동부의 유엔본부 인근 거리에서 참모들과 피자를 먹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뉴욕시가 지난달부터 음식점 등 실내 시설에 백신 미접종자의 입장을 금지하기 때문이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전에도 여러 돌출 행동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내내 백신 접종과 마스크 착용 등의 중요성을 경시했고 과학적 근거 없이 말라리아 치료제나 구충제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했기 때문에 자연 항체가 있다"며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부인은 미국에서 백신을 접종한 사실이 알려져 비난받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24일 브라질 시사주간지 '베자'와의 인터뷰에서 부인 미셸리 보우소나루가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개인의 선택이다. 내 아내는 미국에서 백신을 맞겠다고 했으나 나는 맞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브라질에서는 비난이 터져 나왔다. 정치인들은 "대통령 부인이 브라질에서 백신을 접종해 국민에게 모범을 보여야 했다. 브라질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의 노력을 평가절하하는 행동이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대통령 부인이 미국에서 백신을 접종했다는 게 사실로 확인되면 그것은 브라질과 브라질의 보건 시스템에 대한 모욕이자 자신감 부족"이라고 비판했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태도가 국가와 개인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감염병을 극복하려고 전 세계인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브라질 대통령 부부처럼 돌출 행동을 하는 사례도 많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부부나 정치인 등 유명인들이 이런 행동을 했다면 아마도 난리가 났을 것이다.
백신 접종을 바라보는 시각은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 백신 접종 초기에는 이상 반응에 대한 우려가 높아 국가 지도자들이 먼저 맞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28일 미국민의 부스터샷 시행에 앞서 백악관에서 먼저 접종을 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은 백신 미접종자의 팬데믹 상황이다. 부스터샷도 중요하지만,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이 백신 주사를 맞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초창기 어르신 위주 접종 때는 지방자치단체를 통한 접종 독려가 공공연하게 있었다. 도입 차질로 백신 물량이 부족했을 때는 서로 먼저 맞겠다며 제때 예약을 하지 못한 시민들이 대거 항의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방역 당국은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백신 1차 접종을 마무리하고, 미접종자들을 대상으로 오는 30일까지 다시 사전예약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예약률이 매우 낮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28일 0시 기준 18세 이상 백신 미접종 대상자는 모두 571만3천183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사전예약에 동참한 사람은 30만4천488명(5.3%)이다. 연령대별로 50대의 예약률이 8.8%로 가장 높고 18~29세 5.7%, 60대 5.34%, 40대 4.9%로 나타났다. 30대는 4.5%, 70대 3%, 80대 이상은 1.3%로 저조하다.
28일 0시 현재 전국 1차 접종률은 75.0%, 완전 접종률은 46.6% 수준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6일 현재 고령층의 접종 완료율은 70∼80%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청장년층의 경우 30%대에 그친다. 연령대별 접종 완료율은 18∼29세 31.6%, 30대 35.5%, 40대 31.4%, 50대 51.9%, 60대 87.6%, 70대 89.6%, 80대 이상 79.8% 등이다.
방역 당국은 '미접종자는 전체 접종대상자 접종 이후 마지막 순위로 조정한다'는 원칙에 따라 10월 1일부터 16일까지 추가 예방접종을 진행한다. 그동안 예방접종에서 빠진 만 12~17세 국내 소아청소년 277만 명에 대해서도 10월 18일부터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다. 보호자(법정대리인) 동의를 받고 접종하는 방식이다.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이상 반응 신고도 꾸준히 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백신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호소하는 청원이 더 늘고 있다. 지난 25일부터 이틀간 예방접종 후 이상 반응이 의심돼 신고된 사례는 3천271건이다. 1·2차 접종 건수 대비 이상 반응 신고율은 0.44%다. 새로 신고된 사망 의심 사례는 3건으로, 화이자 접종자 2명, 모더나 접종자 1명이다.
지난 27일 기준 누적 사망 신고 사례는 총 674건이다. 접종 백신별 사망자 수는 화이자 352명, AZ 292명, 모더나 19명, 얀센 11명 등이다. 다른 증세로 인한 신고 후 몸 상태가 중증으로 악화해 사망한 사례 285건까지 포함하면, 백신 접종 후 사망 신고 사례는 총 959건이다. 화이자 510명, AZ 412명, 모더나 24명, 얀센 13명 순이다
정부가 11월부터 '위드 코로나' 전환 방침을 밝힌 가운데 이제 남은 과제는 1차 미접종자와 첫 접종을 시작하는 12~17세 소아청소년에 대한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다. 정부는 자율적인 백신 접종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를 우려하며 접종을 독려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강원도에 따르면 27일 기준으로 18세 이상 백신 미접종자는 19만7천969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는 중증 위험도가 높은 60세 이상 고령층이 5만5천742명으로 전체의 28.2%를 차지했다. 세부 연령대별로 보면 80대 이상이 1만4천472명(7.3%), 60대가 2만8천158명(14.2%), 70대가 1만3천112명(6.6%)이었다. 미접종자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30대로 19.5%(3만8,547명)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강원도는 접종 독려 방안을 찾고 있으나 중앙 방역 당국이 도내 18개 시·군 단위 연령대별 예방 접종률을 공개하지 않아 현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원도는 시·군에 위촉된 이장 등 마을방역관을 중심으로 고령층 접종을 유도하고 젊은층과 중장년층의 경우 대학, 직장과의 협조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는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방안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청소년 접종을 앞두고 학원가에서는 수강료를 할인하는 '백신 인센티브'를 시행하고 일부 은행에서는 백신 접종자에게 우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백신 접종을 외면하는 사람들을 들여다보면 사실 우리 가정의 부모이거나 아들, 딸들이다. 우리의 이웃 사람이나 직장 동료이기도 하다.
지난 추석 연휴 때 집안 식구들의 백신 접종 현황을 파악했는데, 알려진 대로 젊은층들이 접종을 외면하고 있었다.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접종 후유증을 심하게 앓는 현재 상황과는 달리 접종을 외면한 가족은 아들과 조카 등 20~40대 남성이었다. 4인 가족으로 보면 한 명 정도가 백신 접종을 외면하는 실정이다.
이들이 백신 접종을 피하는 이유는 신체적인 건강함, 효능과 접종 후 이상 반응에 따른 백신 불신, 접종 후 사고를 책임지지 않는 정부에 대한 반감 등으로 뚜렷하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이기적인 행동이란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남성 아이돌 가수가 지난 27일 인터넷 방송에서 "백신을 맞으면 아프다고 해서 안 맞았다. 백신 맞아도 코로나 걸리더라"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한 게 대표적이다.
이상 반응에 따른 후유증이 상당하고 끊임없이 사망자가 나오는 백신을 맞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위중증 등 코로나19를 예방하고 가족과 직장 동료 등 주위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백신을 맞는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정부와 전 세계의 방역 대책에 부응하는 행동이다.
미접종자들의 인식 전환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미접종자들을 대상으로 한 추가 접종 예약률이 매우 낮은데, 정부는 이를 지켜만 보고 있을 것인가. 미접종자들은 나름 소신을 가지고 이상 반응을 우려하며 백신 접종을 피하고 있다. 정부는 백신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더 높여야 하고 접종 후 이상 반응에 따른 사고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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