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득 동네책방]<38> 상주 무양동 '좋아하는 서점'

동수나무와 서문동성당 사이… 지난해 9월 문 열어

경북 상주 무양동에 있는
경북 상주 무양동에 있는 '좋아하는 서점' 내부의 모습. 김태진 기자

경북 상주 무양동에 있는 보호수 동수나무와 서문동성당 사이에 지난해 9월 작지만 강한 존재감의 동네책방이 생겼다. '괜찮아, 잘 될 거야'라는 희망회로만으로 몇 달을 버티지 못하는 게 동네책방인데, 이곳은 문을 연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책방지기는 서울토박이라는 박은정 씨. 그를 상주로 끌어당긴 것은, 문화를 주제로 창업을 시도하는 20, 30대 청년들의 협동조합 모임 '이인삼각'이었다.

박 씨가 선택한 것은 책방이었다. 그는 지난해 7월 시골감성을 입힌 그림과 글이 조화를 이룬 '서울아가씨 화이팅'이라는 에세이를 낸 이력이 있었다. 300권쯤 진열된 서가에 소설과 에세이가 90% 이상인 이유였다. 주로 문학동네, 창비, 민음사 등 주로 대형출판사들이 펴낸 책들이다. 책방지기가 본 책, 그래서 자신있게 손님에게 소개할 수 있는 책들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내가 좋으려고 만든 책방이다 보니 '좋아하는 서점'이라 이름 붙였다는 그도 실은 책방을 처음 열었을 때 반신반의했다. 상주에는 동네책방이 없었던 탓이다. 시범운영이 불가피했다. 기간은 100일로 잡았다.

경북 상주 무양동에 있는
경북 상주 무양동에 있는 '좋아하는 서점' 내부의 모습. 김태진 기자

지금까지의 결론은 '할 수 있다'이다. 뿌리내릴 수 있겠다는 느낌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책방 운영이 돈 되는 장사가 아니란 건 숱하게 들은 터였다. 그가 터득한 건 다른 데 있었다. 책방을 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과 책방을 기반으로 뭔가를 해볼 수 있는 게 있겠다는 설렘이었다. 마니아층이 있다는 걸 알게 된 100일간의 깨우침 뒤 그는 올 2월 정식으로 '좋아하는 서점'이라는 책방의 문을 열었다.

책방을 연 뒤 그는 '나에 대한 글쓰기 모임' 등을 진행했다.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능한 최대 인원인 4명으로 모임을 꾸렸다.

감격할 수밖에 없는 결과가 잇따랐다. '글쓰기 모임'이 있다고 공지를 하자마자 곧장 마감됐던 것이다. 세 차례 공지는 100% 조기 마감이었다. 박 씨는 "30대 이하가 많았다. 글쓰기와 책, 커뮤니티에 대한 호기심과 갈증이 느껴졌다"면서 "거리두기 단계에 맞춰 온라인 독서 인증 등 변형된 형태로 독서모임을 이어왔다"며 지난 1년을 떠올렸다.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는 책방 운영의 묘수는 철저히 아이디어에 달렸다. 박 씨의 책방 유지 대책 리스트에는 상주의 특색을 살린 '띠지'를 제작한다거나 선물받는 기분을 듬뿍 느낄 수 있는 '블라인드북 보내기'도 포함돼 있었다. 박 씨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공간이라면 이곳은 계속 열려있을 것"이라고 했다.

매일 오후 5시 30분~9시 문을 열어둔다. 다만 수요일은 쉰다.

경북 상주 무양동에 있는
경북 상주 무양동에 있는 '좋아하는 서점'.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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