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리안갤러리 대구 이광호 개인전 'Antifragile'전

이광호 작 'Antifragile-hangingpiece no.3' Electric wire, Variable size, 2021
이광호 작 'Antifragile-hangingpiece no.3' Electric wire, Variable size, 2021

플라스틱, 스티로폼, PVC, 금속 등 일상에 익숙한 산업재료를 이용해 꼬거나 짜서 의자나 벽걸이 같은 실용적인 디자인 제품과 조각 등으로 설치미술을 보여주는 이광호의 대구 첫 개인전 'Antifragile'(안티프래질)전이 리안갤러리 대구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해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개인전 '푸른 구성'을 열고 붉은 동(銅)과 칠보를 이용한 금속연작 설치작업을 선보여 주목을 받은 이광호는 이번 대구 전시에서는 금속 작업과 함께 그의 대표적인 '짜기 기법'을 이용한 작품이 다양한 형태로 재해석되어 선보이고 있다.

부제 '안티프래질'(Antifragile)은 충격을 받으면 더 단단해지는 성질이라는 뜻을 가진 신조어로 '블랙스완'(Black Swan·매우 예외적이고 놀랍지만, 발생했을 때 파급력이 큰 사건을 의미하는 경제용어)의 저자 니콜라스 탈레브가 창안한 용어다.

이광호는 블랙스완에 대한 해독제로 안티프래질 개념을 만들고 불확실성, 무작위성, 가변성, 무질서를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전시장에 들면 플라스틱 줄을 한없이 꼬아 만든 의자들과 속에 구리가 든 선을 천장부터 바닥에 이르기까지 만든 설치작품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그의 작품들은 손으로만 행해진 단순 노동집약적 제작이지만 그 바탕에는 가족의 영향이 크다. 올해 사십대 초반인 작가는 유년 시절 농사를 짓는 조부모의 시골 농장에서 자라면서 주변의 다양한 재료를 생활 도구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을 익혔고 '짜기 기법'으로 알려진 그의 기법은 어머니의 뜨개질에서 영향을 받았다.

특히 작품을 시작하기 전 드로잉을 먼저 하지만 종종 계획대로 되지 않는 때의 과정도 그대로 작품에 수용함으로써 관람객들에게 작품의 유기적이며 섬세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곧 예측이 어려워진 현시대적 상황이 외부의 충격이나 압력을 통해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장하는 것에 주목한 것으로 불확실성이 오히려 행복한 무질서의 공감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이광호의 작가 정신과 맞닿아 있다.

이광호는 홍익대 금속 조형디자인을 전공했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올해의 젊은 예술가상 등 다양한 수상경력을 갖고 있으며 유수의 글로벌 기업과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전시는 11월 6일(토)까지. 문의 053)424-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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