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저귀 잘라 쓰고, 잔반 섞어 죽으로' 요양시설 노인학대 의혹

직원들 남류에도 무시하고 지시…법 위반하고 친인척 데려와 돌봐
달서구 요양시설 “노인학대는 사실무근”…구청 “검토 후 행정처분할 내용이 있다면 조치 예정”

유통기한이 지난 유제품이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다. 제보자 제공

대구 달서구에 있는 한 요양공동생활가정에서 노인학대 의혹이 불거져 관련 기관이 조사에 나선 사실이 확인됐다. 의혹은 시설 측이 노인들에게 기저귀를 반으로 잘라 제공하거나 남은 음식을 재사용했다는 등의 내용으로, 달서구청은 법 위반 사실을 검토해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26일 달서구의 한 요양공동생활가정 내 복수의 직원들은 "요양보호사이자 원장의 친인척 A씨는 노인들이 착용하는 기저귀를 반으로 잘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또 "사용하고 버린 기저귀를 재사용하려 했다"고 털어놓았다.

직원 B씨는 "A씨가 기저귀를 반으로 잘라 노인에게 채웠다. 이를 보고 안 되겠다 싶어 기저귀를 새 걸로 갈아드렸다"며 "노인이 착용한 기저귀를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B씨가 '깨끗한데 왜 버리냐'며 재사용하려 했다"고 증언했다.

직원들은 노인들에게 제공하는 음식도 비위생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시설의 조리원이자 원장과 친구 사이인 C씨는 노인들이 남긴 음식을 재사용해 죽으로 제공했다는 것. 또 다른 직원 D씨는 "남은 음식을 한 곳에 모아 놓는 게 비위생적으로 보였고, 이를 섞어 죽으로 제공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이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다. 제보자 제공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냉장고에 보관했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유통기한이 경과한 제품과 식품, 원재료를 보관하는 것은 불법이다. 직원 E씨는 "유통기한이 지난 요구르트가 있어 알렸지만 이를 무시하고 음식을 제공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 시설은 노인복지법도 위반했다고 직원들은 주장했다.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의 입소 정원은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인원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직원들에 따르면 지난 7월 말쯤 정원이 찼음에도 불구하고, 원장의 친인척을 데려와 돌봤다는 것이다. 이 친인척은 장기요양등급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설 측은 노인학대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설 원장은 "기저귀를 반으로 자르기 전 노인들에게 사전 동의도 구했다고 들었다. 또 재사용없이 한번 사용한 기저귀는 다 버린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음식 재사용 의혹에 대해선 "당시 냄비에 모아진 음식을 보고 조리원에게 '다 버리고 새로운 음식으로 제공해라'라고 말했다"며 "유통기한이 경과한 음식을 노인들에게 제공하도록 지시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친인척을 시설에 데려온 것에 대해선 "친오빠가 장애인이었고, 가족도 없어 돌봄이 필요했다. 선생님들에게 양해를 구했고, '괜찮다'라는 답을 듣고 며칠만 시설에서 돌봤다. 정원이 다 찼기에 안 되는 걸 알지만, 아픈 가족을 마냥 둘 수는 없었다"고 했다.

한편 노인보호전문기관이 해당 시설에 대해 노인학대 조사를 벌였고, 구청은 행정조치를 검토 중이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해당 시설의 노인학대 의혹을 조사한 기관으로부터 결과보고서를 받았다. 기관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한 후 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다면, 그에 따른 행정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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