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언론에서 얘기하는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이 생길 수밖에 사업을 설계한 사람은 지금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돼 경선현장을 활보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저는 죄인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 된 것이지요. 아울러 당에서 저의 거취에 대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모양인데, 그동안 대통령 일가 저격수로 외롭게 당을 위해 헌신한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사안의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얘기가 먼저 나와야 순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들이 7년 동안 말단 직원으로 근무했다던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온 26일, 곽상도 국민의힘 국회의원(대구 중남구)의 전화에 불이 났던 모양이다. 다섯 번째 시도 만에 전화가 연결됐다.
곽 의원은 "아들이 그 회사에서 보낸 세월이 있고 아들의 설명대로 상당 기간은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못하면서까지 일에 열정을 다한 것을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불로소득을 취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따로 일가를 이루고 자녀까지 둔 아들의 삶에 이래라 저래라 할 처지도 아니고 아비 때문에 성실한 노력까지 인정을 받지 못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50억원이라는 구체적인 금액에 대해선 "회사에서 줄 만한 성과가 있는 사람에게 줄 능력이 되니까 준 것이 아니겠느냐"며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곽 의원의 아들인 병채 씨는 이날 오후 '화천대유' 논란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담은 입장문을 내놨다. 지난 2015년 대학원 재학 시절 아버지의 권유로 화천대유라는 회사를 알게 됐고, 인터넷 검색과 지인들과의 대화 등을 통해 회사의 잠재력을 확인한 후 공개채용 형식으로 입사했으며, 재직 중 이룬 성과에 대한 보상 차원의 퇴직금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병채 씨는 "성과급과 위로금을 이렇게 많이 책정 받은 것은 회사가 엄청나게 많은 수익을 올리게 된데 따른 것"이라며 "재직기간(7년) 중 580억원의 추가 공사비를 계상하지 않은 채 배당금으로 모두 소진하는 결정이 있기 직전 발견해 회사가 위기 상황에 처하는 것을 막은 공로와 업무 과중으로 인한 건강악화에 대한 위로 등이 반영된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곽 의원은 아무리 회사생활 중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하더라도 사회 초년생의 연봉이 결과적으로 7억원(퇴직금 포함)이 넘는 상황을 납득하는 청년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에 "모두 똑같은 급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고 답했다.
아울러 곽 의원은 "본인은 화천대유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관여한 일도 전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아버지를 보고 퇴직금을 책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펄쩍 뛰었다.

특히 곽 의원은 여권이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과 성균관대 동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사업에 깊숙이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곽 의원은 "김 전 부국장 등 법조출입 기자들과는 업무상 자주 만났고 끈끈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부동산사업 관련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저는 이 사업에 전혀 관여한 것이 없고 공직을 이용해 입을 대보거나 혜택을 주거나 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곽 의원은 아들 퇴직금 보도 이후 당 지도부와 당내 대선주자들이 거취를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쾌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잘못이 있는지 시시비비를 가리고 그 다음 사실관계에 걸맞은 처신을 요구하는 것이 순서라는 지적이다.
곽 의원은 "잘못을 했으면 당연히 당의 징계를 받는 것이고요, 그게 아니라 내년 대선을 위해서 제가 선제적으로 용단을 내려야 할 상황이다. 당이 제게 부탁을 하는 것이 순리"라면서 "아무런 진상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가 당의 징계를 받는다면 여당의 정치공세에 힘을 실어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곽 의원은 "'큰 도둑놈은 나라 도둑질 한다'고 하더니 만들어진 틀에 아들 취업 추천한 사람은 죄인 취급을 받고, 틀을 만든 사람은 여당의 대선 예비후보로 승승장구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뭔가 이상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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