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확진자 폭증하는데…스포츠 경기는 인원 제한 예외 대상?

축구‧야구 등 단체종목, 경기 최소 필요인원 1.5배까지 모임 가능…사적모임 규정 형평성 논란
市 “시설 관리자 생업 보장 취지…관리자 상주하는 시설에 한해 제한적 적용”

25일 오후 대구 북구 금호강산격야영장에서 시민들이 캠핑을 즐기고 있다. 이곳은 지난 7월 개장 후 두 달간 운영된 뒤 폐쇄됐지만 여전히
25일 오후 대구 북구 금호강산격야영장에서 시민들이 캠핑을 즐기고 있다. 이곳은 지난 7월 개장 후 두 달간 운영된 뒤 폐쇄됐지만 여전히 '캠핑족'들로 북적이고 있다. 특히 발열체크와 출입자 명부작성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어 '방역 사각지대'로 지적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난 23일 오후 7시쯤 대구 북구 구암동의 한 실외체육시설. 축구 경기 코트가 마련된 이곳에서는 15명의 사람들이 땀을 흘리며 축구 친선경기를 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턱에 걸친 채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경기 중 큰 소리로 서로에게 말을 건네고, 골대 앞에서는 신체 접촉도 빈번히 있었지만 이를 제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0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거친 호흡을 가쁘게 내쉬며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를 하는 모습이었다.

다수가 참여하는 스포츠 경기를 '사적모임 인원제한' 예외 규정으로 둔 것을 놓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모임과 개별 접촉을 통한 산발적인 감염세가 잇따르는 가운데 운동 경기를 위한 모임은 방역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적 모임 제한 예외 체육시설의 문제

대구시의 현행 거리두기 지침에 따르면 ▷동거가족 ▷돌봄 ▷임종 ▷상견례(최대 8인) ▷돌잔치(최대 16인) ▷스포츠경기 구성의 경우 사적 모임 인원제한 예외 대상이다.

돌봄과 임종과 같이 모임이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스포츠 경기 구성에 필요한 인원이면 종목별 최소 인원의 1.5배까지 모일 수 있다. 행정기관에서 운영하는 축구장, 야구장 등에서도 시설 관리자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 가능하며 비어있는 운동장이나 강변 등 시설 관리자가 없는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를 두고 현장에서는 지켜지기 어려운 지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설 관리자가 상주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구 북구의 한 풋살장 관리자는 "관리자가 있지만 이용자들의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상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비어있는 운동장에서 모임을 하는 것과 매한가지다. 최소 필요인원의 1.5배 이내로 모이는지, 한두 명 초과해 모이는지를 매번 확인하기는 어렵다"며 "관리자가 있기 때문에 관리가 될 것이라는 발상은 탁상행정"이라고 했다.

이곳을 자주 찾는 A씨는 "축구, 풋살 경기를 하면서 마스크가 자주 흘러내려도 한 번도 제재를 당한 적이 없다"며 "사실상 수십 명이 함께 와서 일행이 아니라고 해버리면 확인할 방법도 없다"고 했다.

더욱이 최근 실외 경기장에서 모임을 가졌다가 무더기로 감염되는 사례가 늘면서 방역 사각지대라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2일 달성군 소재 실외 체육시설에서 축구 동호회 모임을 위해 모였다가 무더기로 감염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당시 한 팀당 20~25명이 모여 약 3개 팀이 축구 친선 모임을 가졌고, 모임 참석자와 가족, 지인 등 20여 명이 감염되기도 했다.

◆"다른 업종과 비교해 지나친 편의"

스포츠 경기를 사적 모임 인원 제한 예외 대상에 포함시킨 취지는 시설 관리자들의 생업을 보장한다는 게 이유인데, 다른 업종에 비해 편의를 봐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식당을 하는 B씨는 "식사를 하는 것이나 숨 찬 운동을 하는 경우나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못 하고 비말이 튈 수 있는 환경은 똑같은데 식사를 동반한 행위만을 규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민간 업체에서 운영하는 축구장, 야구장의 경우 사적모임인원 제한으로 5명 이상이 모이지 못하도록 할 경우 생업 자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만든 예외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당구, 탁구, 골프 등 4인 이하로 모여 경기를 할 수 있는 종목은 예외 규정에 해당되지 않고 불가피하게 5명 이상이 모여야만 경기가 가능한 종목의 경우 이를 운영하는 관리자의 영업 손실과 고통을 완화하겠다는 게 취지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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