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자폐증이 예방 백신 접종과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 1998년 영국 의학계 일각에서 처음 제기되면서 국제적으로 큰 논란이 됐다. 영국의 의학저널 '란셋'(The Lancet)에 실린 한 내과의사의 연구논문이 발단인데 앤드루 웨이크필드가 논란의 주인공이다.
그는 아동기 홍역과 유행성 이하선염(볼거리), 풍진의 혼합 예방 백신(MMR)이 자폐증 유발 요인이라며 그 실험 결과를 학술지에 발표했다. 언론을 통해 논문 내용이 알려지자 서구 사회에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부모들이 크게 늘었는데 이를 '웨이크필드 효과'라고 한다.
하지만 그의 논문에 많은 오류와 심각한 위법 행위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3년에 걸친 조사가 진행됐다. 결국 위법 행위가 인정돼 2010년 논문은 철회됐고 웨이크필드는 의사 면허를 잃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케네디 가문의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교수도 웨이크필드의 주장에 적극 동조하는 백신반대론자다.
이처럼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사람을 '안티 백서'(anti-vaxxer)라고 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유럽 등에서 백신 반대론자들이 골칫거리로 부상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 '세계 10대 건강 위협 요인' 리스트에 '백신 접종 거부'를 추가한 것도 그만큼 백신 반대 움직임이 거세다는 방증이다.
백신 반대론의 뿌리는 사실 이보다 더 깊다. 19세기 영국 사회개혁가 윌리엄 텝 등 급진 자유주의자들이 백신 반대 운동에 나서면서 1879년 '전국안티백신리그'(NAVL)가 결성됐고, 미국도 '전국백신정보센터'(NVIC)나 '런 더 리스크'(Learn the Risk) 등 백신 반대 단체들이 움직이고 있다. 또 흑인이나 정신질환자, 죄수, 문맹자 등을 대상으로 한 비윤리적인 의료 실험도 한몫했다. 1940년대 이후 40년간 지속된 흑인 대상 매독 실험이나 정신병원 독감 생체 실험, 뉴욕 교도소 장염 실험 등은 백신 반대론의 기폭제였다.
국내 접종 완료자는 26일 기준 45.2%로 인구의 74.1%가 1회 이상 백신을 맞았다. 그런데 최근 신규 확진자의 88.5%가 백신 미접종자나 1차 접종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접종 예약을 하지 않은 미접종자는 570만여 명이다. 백신 반대론의 영향인지는 알 수 없으나 주의 깊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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